삼성측 “이재용, 미전실에 일방적 지시 못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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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이재용, 미전실에 일방적 지시 못내린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04.20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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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4차공판] 朴대통령과의 1~3차 독대 "정유라 승마지원 얘기 없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진술조서가 공개된 가운데,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전개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진 세 차례의 면담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을 했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과 비덱(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 등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이 부회장이 그룹의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갖기는 했지만, 미래전략실 임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을 뿐 이후 구체적 지시나 진행상황 보고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 쟁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삼성이 낸 돈이 이 부회장의 개인적 이득, 즉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다. 이와 함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이뤄진 배경도 핵심이다.

이 중심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독대가 있다. 독대는 모두 세차례 걸쳐 이뤄졌다.  2014년 9월 1차, 2015년 7월에 2차, 2016년 2월 3차 독대가 있었다.

1차 독대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과 테이프 커팅식 사이의 5분여간 진행됐다. 특검은 이 독대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승마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청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면담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얘기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해줘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며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올림픽 유망주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 이후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에게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맡아달라고 하니 알아봐달라” 전했고, 이에 최 실장은 “알아보겠다”는 답을 했다고 진술조서에서 밝혔다. 최 실장에게 전달한 이후에는 전혀 챙겨보지 못했다는 답변도 덧붙였다.  

하지만 특검은 2014년 당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차기 승마협회장으로 내정될 무렵, 언론에서 ‘공주승마’ 의혹 제기와 정윤회 문건 등이 보도되면서 정윤회의 딸 정유라의 승마관련 내용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검은 “관련자 진술을 포함한 여러 간접·직접사실로 판단컨데 독대에서 대통령은 정유라를 지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은 정유라를 지원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정씨의 임신·출산으로 지원을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차 독대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가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나 삼성 스마트폰 등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을리 없다면서 재단 지원 등을 통해 삼성의 경영현안을 도움받으려는 모종의 합의가 오고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나타냈다.

이에 변호인측은 “독대에서 대통령은 정유라 승마지원을 거론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도 정씨의 실체를 몰랐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1차 독대는 이 부회장이 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가 갑작스럽게 5분간 이뤄진 것”이라며 “그 짧은 시간 내 경영권 승계작업 내용과 대가에 대한 엄청난 언급이 나오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승마협회에 10년 이상 근무한 관계자나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에서도, 이 사건 전까지 최순실의 실체를 몰랐다고 한다”며 “삼성이 진작부터 최순실과 정유라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미전실 임원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검의 오류 중 하나는 이 부회장에게 보고·지시받는 미전실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부회장은 미전실에서 지위·권한이 없고 최지성 실장도 직급·경력·업무 권한에 있어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을 위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지성 실장을 ‘삼성의 2인자’, 이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칭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며 “최 실장은 미전실 팀장들에게 보고 받지만, 이 부회장과는 공유할 사항에 대해서만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 송우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뉴시스

◇ 재단 출연 약속한 기업 중 왜 삼성만 '대가관계 합의'?

2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은 승마협회 올림픽 지원이 미비하단 이유로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진술조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해외 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조서에서 이 부회장은 독대가 끝나고 박상진 사장에게 이 같은 얘기를 전달한 뒤 “더 이상 승마에 신경쓰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승마 지원 상황을 박 사장이 왜 본인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것에 대해선 “믿고 맡겼기 때문에 잘 할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대통령으로부터 질책까지 받았는데 박 사장에게 잘 하라고만 하고 이후 보고나 정보취득 없이 내버려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당연히 보고 받았을 것으로 본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독대 내용이 이 부회장의 업무와 관련되지 않아 미전실에 전달한 것일 뿐 지시를 이행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 부회장이 박 사장에게 ‘왜 내가 대통령에게 야단 맞아야 하느냐’고 말한 것도 어떤 결정이나 지시 등 관여한 것 없이 내 일도 아닌데, 왜 자신이 야단을 맞아야 하느냐는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부회장은 대통령 요구사항을 미전실 지위업무에 따라 최지성·장충기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자금 이행상황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진술요지”라고 덧붙였다.

특검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변호인측은 “합병 전후로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결권 변동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측이 가장 억울해 하는 것은 합병으로 국민 노후 자금이 1342억 손해를 입고 대주주 일가가 8549억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인데 매우 선동적”이라며 “만일 합병이 무산됐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둘 다 가진 국민연금의 재산가치가 훨씬 감소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출연을 약속한 기업 총수들 가운데, 특검이 유독 이 부회장 등에 대해서만 뇌물죄를 묻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변호인은 “기업 출연에 있어 뇌물죄 성립의 핵심은 대가관계 합의가 있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공소사실 구조를 보면 삼성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요구를 했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검은 대통령이 여러 기업 총수를 독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에 대해서만 대가관계 요구가 있어 합의가 성립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다른 기업에 대해선 아무런 요구가 없었고, 대가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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