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후보자 등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것을 두고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역기반인 호남이 문재인 정부에 상당히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인준을 빨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인준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며 혼란스런 상황이다.
당초 국민의당은 이 후보자의 총리 자격 문제를 두고 적격 입장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예상과 달리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 면탈 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유한국당과 같은 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과 상당히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호남 정가와 민심의 반응은 국민의당 의견과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일각에선 이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는 앞선 정권 국무위원들의 사례와 달리 재산상의 이익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이에 대해 이 후보자도 충분히 사과했다고 보고 있다. 세금 탈루 역시 의도적으로 세금을 탈루할 만한 액수가 아니었고, 아들의 병역 면탈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것임을 근거자료를 통해 명확히 해명했다고 평했다. 이에 첫 호남 총리를 기대한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의 의혹 제기가 설득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7~28일 양일간 <시사오늘>이 광주 충장로에서 만난 광주시민들 역시 아쉬움을 보였다.
광주광역시 동구 황금동에 사는 양현모(59세,남,자영업)씨는 “이번 대선이 가능했던 것도 국민들의 힘이 아니었나. 국민의당은 지역 민심을 제대로 확인하고 총리인준을 반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호남 총리를 우리가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알고 있다면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구 지산동에 거주하는 박 모(34세, 남, 회사원)씨 역시 “호남 총리를 아무리 기다려왔다고 하더라도,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인준되는 것을 호남사람이 바라겠는가. 정확히 짚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정말 부적격자라면 반대해도 괜찮다”며 “그런데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호남사람들이 인정한 사람이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본 호남사람들이 인정하는 사람인데, 국민의당이 인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구 상무동에 사는 최 모(66세, 여, 주부)씨는 “안 그래도 국민의당에 할 말이 많다. 이번 대선에서 난 안철수를 뽑았는데, 지금 국민의당 하는걸 보면 문재인이 당선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국민의당 최근 행태를 보면서 작년 총선의 선택이 후회스러울 정도다. 특히 이언주 의원이 말하는걸 보고 기가 찰 정도. 국민의당이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광주시의원도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호남 총리를 기다리는 호남 민심의 실망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호남 시민들은 인준을 거부할 만큼 큰 흠집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첫 호남 총리에 대한 호남인들의 기대감이 워낙 큰 상황에서 다른 정당도 아닌 국민의당이 반대한다는 것에 대해 실망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를 국회가 인준해야 한다는 호남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전국 유권자 5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 찬성하는 의견이 72.4%였다. 지역별로는 호남 유권자들의 찬성의견이 8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66.6%가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이낙연 후보자 인준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내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남 민심을 고려하면 호남 출신인 이 후보자 임명에 빨리 동의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첫 호남 총리’라는 대탕평 인사 방향에 발목을 잡을 경우 지지층 이탈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부 비(非)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야당의 선명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흡수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한 야당의 모습을 견지해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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