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시장 혼란 키우는 설익은 8·2대책', '8·2 부동산대책 서민을 위한 것인가?', '부동산정책, 9월 대책엔 희망을 담아라', '투기세력이 된 서민들.'
25일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 부동산 뉴스 메인에 노출된 몇몇 언론사의 데스크급 칼럼 제목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세력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지난 2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의 부활, 양도소득세 중과 등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된 고강도 대책이었다.
언론의 혹평이 쏟아졌다.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부터 살펴라',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식의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8·2 부동산대책을 다룬 1면 하단에 부동산 광고를 싣기도 했다. 진보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만 않았을뿐, 분석·기획 기사 곳곳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녹아냈다.
물론,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다. 8·2 부동산대책에 허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투기세력을 확실하게 잡아내면서 다주택자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보유세 인상이 빠졌고,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도 제외됐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대책인 것도 분명해 보인다. 주택시장 과열 현상을 주도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집값 상승 심리도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효과적인 포석을 뒀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런데 왜 '유수'의 언론들은 8·2 부동산대책에 부정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걸까.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설 담당 경제산업부 부장·차장급 언론인들은 저랑 만나면 주로 이런 것들을 물어봅니다. 신규 분양물량 중에서 어디에 청약을 넣어야 당첨 확률이 높고 수익도 많이 남길 수 있는지, 어느 지역에 집을 사야 나중에 집값이 많이 오를 것 같은지. 언론이라는 게, 아무래도 일하는 만큼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업종은 아니잖아요. 먹고 살자고 부동산에도 손대고, 주식에도 손대고. 남들보다 듣는 정보는 많으니까 돈벌이가 되는 거지요."
일부 데스크급 언론인들이 취재 과정에서 부동산 정보를 묻고, 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취재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는 언론윤리강령을 저버리고, 기자로서의 자존심까지 잊은 꼴이다.
이런 실정에서 어떻게 정부 정책에 대해 중립적인 보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제 관련 부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돈이 전부인 세상이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끄러움을 희석시키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한다.
적어도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과 양심은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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