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진 가운데,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과 중추절을 겨냥한 마케팅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는 올해 중국 국경절·중추절 대목에서의 매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예년같으면 다음달 1~8일은 약 7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황금연휴' 기간이지만, 중국 관광객(요우커·遊客)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 특수를 더이상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업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2016년 9월 추석연휴 당시, 사드발 리스크가 터져 나오며 요우커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일각의 예측도 있었지만, 업계가 다양한 중추절 마케팅으로 대응하면서 결과적으로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국내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재작년 연휴보다 26% 증가 수치를 보였다. 신라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동기간 대비 추석 연휴보다 약 20%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에서도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평소보다 10%가량 늘은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적으로는 지난해에만 중추절 기간동안 총 6525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선방'이 올해도 가능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올해 만약 사드 이슈가 없었다면 업계 안팎으로 환영받는 연휴 시기가 됐을 것"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올 연휴 분위기가 무색할 만큼 중추절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선 일찌감치 포기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를 두고 '사드 사태가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사드 사태를 작년과 비교하면 큰 오산"이라며 "현지에서 업체들이 줄줄이 철수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서 중국 중추절에 대비해 시행하는 마케팅은 크게 도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면세업계의 한숨은 상대적으로 더 깊어보인다. 요우커들의 통 큰 소비가 끊어지며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물론, 손실이 누적되면서 임대료까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공항 내 철수하려는 면세점이 있는가 하면 임대료를 인하를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된 상황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제1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중국을 드나든 여행객은 3만 1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공항을 오가는 방한객이 없으니 서울 시내 면세점이 북적거릴 가능성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형유통사에 비해 매출 기반이 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경우 조만간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일시적인 중추절 마케팅이 문제가 아니라 사태가 사태인만큼 업계가 정상화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전체 매출 비중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인 상황에서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공항 내 입점 업체 관계자도 “휴가철이나 중추절 시즌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여 정신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단체 관광객이 하나도 없다”며 “면세점 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일반 상점들 이대로라면 빠른 시일내로 문 닫아야 할 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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