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국정감사를 놓고, 대기업 총수 및 CEO들에 대한 ‘무더기 증인 출석’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 이번 국감에선 총수 호출이 최소화 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은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으로 예전과 마찬가지로 국정감사에 맞춰 기업 총수들의 급조된 해외출장도 눈에 띄고 있어 국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올해 국정감사는 오는 31일까지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16개 상임위원회가 701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재계 관련 주요 이슈로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일가의 지분 변동, 기업진답 및 비상장사 공시위반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자극적인 폭로와 알맹이 없는 ‘호통질의’로 비판을 받아왔던 국감이지만, 올해부터는 국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묻지마’ 증인 채택 관행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각 상임위 별 증인채택 시 신청한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는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덕분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 전날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올해 국감감사부터는 ‘증인신청 실명제’가 도입된 만큼, 일반 증인을 신청만 해놓고 질문을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국감에선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의 이름이 명단에서 빠졌다. 다만, 전문경영인들의 이름은 대거 증인 명단에 오르면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국감 때의 150명 기록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장 많은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한 곳은 정무위로, 증인 및 참고인 54명 중 29명이 기업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 장동현 SK 사장, 여승동 현대차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등이 명단에 올랐다.
과방위에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회장 등이, 산자위에는 강영국 대림신업 대표이사, 김연철 한화 부사장 등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 중 고동진 사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함에 따라, 정무위가 증인출석 요구를 취소하면서 국감장에는 나오지 않게 됐다. 반면, 같은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황창규 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돼 있어 증인 취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과방위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일부 증인이 연기 요청 및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종합 감사에도 오지 않으면 사법당국에 고발키로 3당 간사가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도 “급조된 해외 출장을 말하고 출석자를 하향 조정해달라고 하는데 CEO가 업무를 잘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면서 “부득이한 해외출장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국감 기간 때마다 국회의 ‘묻지마’ 식 기업인 증인신청이 되풀이되는데 대해, 시민사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최근 국정감사가 그 순기능 보다 국회의 특권적 관행과 구태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국감무용론’까지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는 무분별한 민간인 증인 채택을 방지하고 증인신청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증인신청실명제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 시행 첫해인 올해 국감에도 여전히 무더기로 기업증인을 채택해 관련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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