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를 대표하는 상장 5대 건설사가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과 국내 주택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모두 순항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교는 상대적이고, 흥하는 기업이 있다면 쇠하는 기업도 있기 마련이다. <시사오늘>은 올해 3분기까지 발표된 실적과 업계 추정치 등을 토대로 '5대 건설사 흥망성쇠'를 가늠해 봤다.
대우건설, 매분기 2000억 대 영업익…대림산업, 삼호 지분인수 '짭짤하네'
상장 5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들어 흥(興)한 업체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으로 평가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11조1270억 원, 영업손실 5036억2791만 원을 기록해 깊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빅베스(Big Bath) 단행으로 손실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대우건설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7653억 원, 영업이익 4780억 원을 올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갈아치웠다. 어닝 쇼크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3분기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2440억 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150.3% 증가한 수치다. 대신증권도 영업이익 2220억 원을 전망했다.
이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스타레이크 시티 신도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데 따른 관측이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2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공산이 커 보인다.
대림산업은 실적 증가세가 뚜렷하다. 공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해 매출 5조6176억 원, 영업이익 2570억2025만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4%, 11.69%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건설부문이 전년보다 매출 36%, 영업이익 55%를 늘리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달 2일 잠정 발표되는 3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이 3분기 매출 2조9558억 원, 영업이익 1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3%, 36.3% 상승해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들어 대림산업이 채권단 지분인수로 관계사인 삼호 지분율을 기존 41.81%에서 72.94%로 늘리면서 삼호의 실적이 대림산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호는 지난해 매출 9113억 원, 영업이익 921억 원을 올렸다.
하지만 명암은 항상 공존하는 법이다. 대우건설은 매각 이슈가 관건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13일 대우건설 매각을 공고하고,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매각 작업 본격화가 대우건설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이나, 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이 올해를 넘길 공산이 크기 때문에 사업 추진 동력이 분산되면서 일선현장에 애로사항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림산업은 이해욱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 확립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8월 기존 4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 부회장, 김재율 사장, 강영국 부사장의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고, 본격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조부 故 이재준 명예회장과 부친 이준용 회장에 이어 대림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영향력 확대 작업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삼호 지분인수도 그 일환이라는 평가다.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의 크고 작은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대건설·GS건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네'…수주전 출혈 너무 컸나
현대건설, GS건설은 표면적으로는 선방을 거둔 모양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심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2431억 원, 영업이익 281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0.1% 증가한 수치다. 현대건설 측은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춰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누적 실적을 따져보면 '안정적인 실적'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2조5906억 원, 영업이익 7915억 원, 당기순이익 3705억 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6.8%, 5.8%, 19.3% 하락했다.
GS건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8200억 원, 영업이익 710억 원, 당기순손실 8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5%, 86.8% 증가했고,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3분기 186억9600만 원에서 크게 줄었다.
3분기 누적 실적의 경우에는 매출 8조5160억 원, 영업이익 2160억 원, 당기순손실 654억 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140% 늘었지만, 순손실폭은 오히려 84억 원 커졌다. 누적 신규수주도 8조4980억 원으로 2.7% 감소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활발하게 참여했음을 주목한다. 과도한 경쟁에 따른 출혈로 인해 일회성 영업외손실이 다량 발생했다는 것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외환평가손 620억 원, 은평뉴타운 상업지구 관련 소송 320억원 등 1000억 원대 영업외손실 반영으로 당기순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수주 실패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자주 발생하는 일회성 요인은 일회성 요인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시장, 해외 시장 불확실성으로 건설업종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GS건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잠룡의 잠행'…오너가·그룹 이슈 주목해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전후로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국내 건설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도 안정적인 행보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1260억 원, 영업이익 10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4% 감소하면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 9조 원, 영업이익 3490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0.08% 증가했고, 영업이익의 경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누적 신규수주도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7조182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 5대 건설사 가운데 성(盛)에 걸맞은 성적표를 받은 눈치다. 아직 두텁고 왕성해 보인다는 의미다. 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수주전이나 사업을 추진하진 않았다. 이른바 '잠룡의 잠행'이다.
문제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자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으로 대표되는 오너가·그룹 이슈다.
특히 삼성물산은 그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으로 올린 매출에 따라 전체 실적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관련기사: '삼성물산 건설부문, 선방은 했는데…그룹 일감 어쩌나',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485). 향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압박이 예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2016년 2분기부터 시작된 영업이익의 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삼성물산의 이익성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