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던 ‘보수 통합’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진하던 ‘친박 청산’이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면서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최소 조건’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마저 어려워지면서, 보수 통합이 쉽지 않아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로 바른정당 통합파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1일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친박 의원들 주장대로 명확하게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출당 문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정 정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당 다수가 어떤 의사를 가졌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뉴시스〉가 공개한 바른정당 의원 전수조사 결과를 봐도, 바른정당 의원 20명 중 9명이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 등 친박 핵심이 청산된 한국당과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청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당의 상황을 고려하면, 보수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장 취재 과정에서는 또 다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친박 청산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바른정당 통합파가 어떻게든 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정치권 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관계자는 “친박 청산이 안 돼도 바른정당 의원들의 70%는 한국당으로 간다”고까지 단언했다.
지난달 31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서는 자꾸 친박 청산이 돼야 바른정당 통합파가 돌아간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생각해 보자. 한국당이 친박을 청산하겠다고 했던 것이 먼저인지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것이 먼저인지. 한국당이 친박을 청산하겠다고 하니까 바른정당 통합파가 생긴 것이 아니고, 바른정당에서 합치자 합치자 하니까 홍준표 대표가 명분을 만들어주려고 친박 청산에 나선 것이다. 바른정당 복당과 친박 청산은 애초에 아무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홍준표 대표가 친박 청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면 바른정당 통합파의 탈당은 더 빨랐을 수도 있다. 그냥 김성태·홍문표·장제원 의원처럼 돌아갔을 것이라고 본다. 지역구 민심이 한국당 쪽이고, 바른정당 지지율이 안 오르니까 탈당하는 것인데, 친박 청산이 무슨 관계가 있겠나.”
1일 기자와 만난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회의원 한 명이지만, 그 밑에는 국회의원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게 조직이다. 국회의원이 살아야 조직이 살고, 조직이 살아야 국회의원도 산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 의원들 조직은 다 죽는다. 조직은 자기들이 죽을 것 같으니까 국회의원한테 (한국당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조직이 죽으면 국회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죽으니까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는 것이다. 친박 청산 친박 청산 하는데, 청산 안 해도 바른정당에서 70% 이상 (한국당으로) 넘어갈 것이다. 장담한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