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회장 둘러싼 우려 목소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품에 안았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이 냉소적인데다, 오너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DGB금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DGB금융 역시 지난 8일 이사회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4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DGB금융은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당기순이익 6000억 원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지난 2014년에는 DGB생명(우리아비바생명)과 DGB자산운용(LS자산운용)을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DGB금융의 순이익 가운데 90% 이상이 은행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어, DGB금융은 비(非)은행 부문의 강화에 유독 높은 관심을 표해 왔다.
과거 <시사오늘>과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는 “DGB대구은행, DGB생명보험, DGB자산운용, DGB캐피탈 등을 보유한 DGB금융인 만큼 하이투자증권은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며 “DGB금융지주가 IB 혹은 WM 부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증권사를 물색했던 만큼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차가운 시선, 인수 소식에도 커지는 낙폭
하지만 DGB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발판을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DGB금융의 주가가 폭락했단 이유에서다.
앞서 DGB금융은 1만 원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8일과 9일 양사의 이사회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의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DGB금융의 낙폭은 강화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GB금융의 8일·9일 장마감가는 각각 9810원, 9360원이다. 특히 9일에는 장중 한때 9200원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일(10일)의 경우 전거래일보다 소폭 상승해 9420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을 300~400억 원 정도로 가정하면 자본조달비용 차감 후 이익 증가분은 140~22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번 인수는 이익 증가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고, 향후 증권업 업황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은경완 연구원도 “(DGB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투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지배구조와 M&A 불확실성을 근거로 적정주가를 1만30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하향한다”고 평가했다.
박인규 향한 걱정스런 시선, “사세 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 우선되야”
이 뿐만이 아니다. DGB금융이 내포하고 있는 오너 리스크 역시 하이투자증권 인수의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현재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박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TK출신이기에, 자유한국당의 친박계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것.
특히 대구지방경찰청에 접수된 투서에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총 31억 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며, 지난달 19일에는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후 사퇴압박이 거세지자 박 회장은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각종 의혹에 대해 성실히 경찰조사를 받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그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하이투자인수 건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남아있다는 점도 박 회장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다.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시, DGB금융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의 제제를 받게 되며,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게 된 금융사는 1년간 타 금융사의 대주주 자격을 확보할 수 없다.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백지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은 물론, 간부급 직원의 비정규직 성추행 파문으로 DGB금융에 대한 이미지가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상당 부분 퇴색됐다”며 “또한 박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된 인수 소식인 만큼, 불안한 부분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여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나타날 시 박 회장에 대한 사태 압박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종합금융지주사로 나아간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으나, DGB금융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사세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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