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과연 합당할까? 그 키는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시사오늘〉은 두 대표의 예상되는 행보에 대해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안철수 대표의 행보가 전에 없이 강경하다. 당내 호남계 중진들이 ‘평화개혁연대’라는 반안(反安)조직을 결성하면서까지 ‘통합 결사반대’를 연일 외치고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길’을 걷겠다는 안 대표 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당권을 놓고 아슬아슬한 오월동주(吳越同舟)를 보이던 안철수·호남계의 국민의당호(號)가 ‘중도통합’이라는 풍랑을 만나 뒤집히기 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안 대표는 이달 초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며 호남계와의 결별 의지까지 시사했다. 당장 당이 쪼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중도통합을 향한 잰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안철수의 대외적 셈법, “중도통합은 목표 그 자체… 다당제 지키기 위한 결단”
안철수 대표의 ‘대외적 셈법’은 이렇다. 그는 12월 이내 정책연대·선거연대 체제를 완료하고 통합 수순까지 밟기를 바란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2당으로 나아가, 총선에서 1당으로 ‘골인’하겠다는 메커니즘이다.
지난 21일 있었던 끝장토론에서도 “이렇게 3등 당에 머무르면 손해다.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한국당을 쪼그라뜨리고 2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통합이 최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안 대표는 그가 추진하는 중도통합이 단순한 이합집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도 스펙트럼을 넓혀 한국 정치사동안 이어온 ‘좌빨’ 대 ‘수꼴’ 전쟁을 종식시키는, 양극단 정치에 작별을 고하기 위한 ‘구국결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호남계는 “안 대표의 통합행보는 보수통합당 단일 대권후보가 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끝장토론 당시 호남계 의원들은 입을 모아 “적폐 세력인 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며 추궁했다. 지난 8일 한 비안계 의원 측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는 결국 보수 신당 중심에 자기가 서고 대통령 하겠다는 것”이라며 “안 대표의 그런 욕심이 당을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 대표와 측근들은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 ‘빅텐트’를 세우는 것이 ‘목표’ 그 자체라며, 이러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안 대표는 8월 당대표 경선 당시 “대권 도전은 제 머릿속에 없다”며 “당의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21일 총회에서도 호남계 의혹제기에 대해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당에서 상식적인 의원들이 넘어온다면 논의를 통해 받아줄 수도 있지만,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철수의 대내적 셈법 하나, “중도통합은 목표 아닌 대권 과정… 결선투표제로 당선”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대내적 셈법’은 어떨까. 안 대표의 빅텐트는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보인다. 20대 대통령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안철수의 발걸음 위에 놓인 하나의 길이며,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의 길이다.
안 대표의 극중주의 노선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념 정치에 염증을 느낀 부동층을 끌어오겠다는 작전이다. 19대 대선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약 20%,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약 30%로, 대한민국 유권자의 30%가량이 부동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대표는 통합당을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 둘 다 싫다는 이 30%까지 전부 끌어와, 양 당의 실정(失政)을 기다리며 대권 도약을 위해 매복하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실정할 경우 진보와 중도표를, 한국당이 실정할 경우 보수와 중도표를 흡수해 최종적인 대선 승자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그의 속내는 그가 꾸준히 주장하는 개헌론, 그 중에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에서 드러난다. 중도표 30%를 통합당이 분열 없이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다면, 대선 1차 투표에서 적어도 2등을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대표와 한국당 후보 대결 구조라면 차마 한국당을 찍지 못하는 진보표가 자신을 향할 것이고, 역으로 민주당과의 대결이라면 보수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그 ‘부수효과’로 자신이 대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19대 대선 패배 후 “5년 뒤 결선투표제 하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대선 재출마 의지와 개헌 의지를 밝힌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안철수의 대내적 셈법 둘, “한국당 지방선거 참패 후 보수대통합… 야당 후보로 대권”
그는 가능성이 희박한 민주당·호남 지지를 빠르게 포기하고 바른정당의 영남·보수지지 기반을 흡수해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일명 ‘선택과 집중’ 작전을 자신의 새정치 알고리즘에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주장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통합당이 흥행하고 한국당이 참패한다면, 3당으로 떨어진 한국당은 급격하게 흔들리게 된다.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릇을 의심받는 홍준표 체제는 사퇴론에 휩쓸리고, 친박과의 내홍도 수습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한국당은 보수표를 결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찾게 된다.
이 상황에서 ‘한국당 대거 탈당 사태’ 또는 ‘야당통합론’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후자의 경우, 국민의당이 단일 정당이라면 ‘선명한 진보’를 주장하는 다수 호남계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어렵겠지만, 중도통합 정당이라면 바른정당 쪽이 강력히 밀고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한 중도통합 반대론자들은 “결국 유승민 쪽에게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역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활용해, 그가 가진 영남·보수지지 기반만 흡수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보수대통합의 초석을 닦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끝장토론 당시 안철수 대표는 “저는 바른정당이 20명인 상태에서 단 한 번도 통합하자고 명시한 적 없다”며 “오히려 지금 분당하고 난 이후에야 (우리가) 주도해서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호남계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중도통합은 안철수의 새정치, 즉 안철수의 대권획득 방법론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3일 "한국 정치사에서 3당들이 기득권 정당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졌지만, 리더들의 리더십과 판단력 부족으로 사라진 경우는 많다. 안철수 대표는 중도통합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대권을 잡겠다는 로드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성공여부는 안 대표의 과감한 추진력에 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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