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와 통합 여부가 요즘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국민의당은 매일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인 듯하다.

얼마 전 과거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온 정치인들이 ‘보수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 졸지에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 있다.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바른정당이지만, 창당 초심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아직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11명 의원들이 당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존립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당 역시 최근 여론조사와 실제 민심에서 최저·최악의 바닥을 찍었다. 지지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라지만, 정당 지지율 5% 내외는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기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가 당대표가 되고자 한 것은, 단순히 당권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는 걸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국민의당 내 통합론은 이미 예상됐던 바다. 제3당의 확고한 위상 정립을 통해 안 대표의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플랜은, 안 대표에게 새로운 정치적 도박(?)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분명히 짚어 봐야할 점이 있다. 바로 바른정당 탈당파로 인한 위기와 국민의당이 처한 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해 바른정당을 만들고, 다시 ‘초록이 동색’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탈당파 정치인들의 행위는 정치변혁도, 새로운 정당정치나 새로운 정치 실험도 아닌 국민들 눈속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지난 20代 총선 전 민주당 내 이른바 ‘패권정치’를 비판하고, ‘거대 양당 정치’로 인한 독점적 정치구도로 인한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과 혐오증을 청산하겠다고 민주당을 나와 창당한 정당이다. 그 결과 20代 총선에서 이른바 ‘녹색돌풍’이라 불리는 성과를 거두었고 제3당이 됐다.

국민들이 싫든 좋든 선거 때만 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울며 겨자 먹기(?)로 찍어야만 했던 거대 양당체제에서 국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 것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물론 이것은 호남의 정치적 기반과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부인할 순 없다.

국민의당이 ‘통합론’이냐 ‘연대론’이냐 ‘분당’이냐 ‘탈당’이냐를 논하기 이전에 분명히 되새겨야 할 것은, 국민의당의 창당 정신과 정체성, 국민들에게 무엇을 어떠한 길을 가고자 약속했는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국민의당 내 ‘통합파’가 ‘바른정당과 통합 시 지지율 2위’라는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섣부른 근거들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대선 패배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강론’, 오로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똥 볼 찰일’ 만 기다리면 국민의당에 기회가 온다는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는 식’의 안일한 ‘반대파’의 ‘무대책이 대책’ 인식도 큰 문제다.

국민의당은 야당이다. 당헌에는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산업화· 4.19·부마항쟁·5.18 민주화 운동·6.10 항쟁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민주화 개혁세력임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지향점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사회통합을 통해 새로운 정당이 될 것임을 표방한다. 정통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개혁적 보수세력을 보듬어 ‘중도의 길’, 거대 양당 구도 속 제3당, ‘제3의 길’을 가겠다며 창당했고 그것이 국민의당 지지 근거였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여기서 국민의당의 방향성은 분명하게 나온다. 창당 정신을 확고히 실천하고 제3당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 위해 무언가 ‘변혁·변화를 위한 대(大)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통합 반대파측이 내세우는 바른정당과의 ‘先연대론’은 성급한 통합으로 인한 패착과 실패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신중한 접근법이다. 다만 국민의 당이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현 상황에서 변화의 노력 없이 통합 반대만 무조건 고집하며 문재인 정권이 추락하기만 기다리는 ‘가뭄들은 저수지 물고기 줍는 식’의 ‘편한 정치’는 또 다른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당정치도 시대가 변하고 국민이 원하면 변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보수와 진보의 양 극단적 정치보다 ‘합리적 진보, 능력있는 진보’와 ‘개혁적 보수, 깨끗한 보수’의 ‘제3의 정당정치’가 건강하게 우뚝 서길 바라는 국민들이 상당하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변화와 변혁, 정치적 결단을 통한 정치적 믿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주지 못하고 있기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바른정당의 정치적 행태, 정강정책이나 지향점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정치와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두 세력이 ‘똑같이 따로’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따로 똑같이’ 서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장애물들을 걷어내 제3당이 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의식을 공유한다면, 통합이 ‘죽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측이 혹여나 내년 지방선거 즈음 개헌 논의가 있을 때 ‘개헌연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민주당에 슬그머니 되돌아가려는 의도라면, 이 또한 정직한 정치는 아니다. 집권당에 편승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 역시 ‘큰 정치’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거듭나 우뚝 설 때 민주당과의 대등한 개헌연대도 가능한 것이며 실질적 협치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당내에서부터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23일 국민의당 정책연구원은 여론조사 결과 바른정당과 통합 시 당장 민주당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는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정당, ‘합리적 중도 개혁정치’를 원하는 국민여론이 폭넓게 잠재돼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제3당이다. 호남을 버리고 말고를 논할 것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참된 합리적 진보의 가치’와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통합해 ‘합리적 중도정당’,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만 있다면 호남민심 역시 통합에 극구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당이 제3당으로 재탄생 하는가의 성공 여부는, 통합이 한국의 ‘새로운 정당정치 패러다임 성패’와 직결되는 것이라는 절박한 사명감과 역사의식에 달려 있다. 통합론에 우려할 점도 많은 만큼 국민의 당에 대한 역할과 기대치 또한 중요하다.

옛말에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당이 아무런 노력 없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실패할 날만 기다리다가는 그냥 ‘굶어 죽기 딱’이다. 지금 죽으나 내년 지방선거 때 죽으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절박한 변혁의 시점이다.

정당의 지도자, 정치 지도자는 언제든지 바뀌는 법이다. 국민의당이 큰 결단과 정치변혁을 이끌어 제3당으로 우뚝 선다면 정치지도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탄생할 것이다. 큰 정치 변혁의 실험을 앞둔 국민의당, 두려움을 거두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정치재편’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박동규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청와대 행정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