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자리를 놓고 정부가 이를 간섭한다는 이른바 ‘관치(官治)’ 논란이 빚어지자 금융당국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최종 후보군(Short List)을 선정한다. 회추위는 지난 9일 6번째 회의를 통해 27명의 후보군을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16명으로 압축했다.
반면 이 같은 선출을 두고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통한 회장직 유지가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특정 회사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회장 선출을 갓 마무리 지은 KB금융지주와 선출을 앞둔 하나금융에 화살이 돌아갔다.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경쟁자들을 인사 조치해 자기 혼자 계속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CEO로서 중대한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승계 프로그램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자,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 회추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첫 권고는 지난 12일 구두로 진행됐으며, 이후 지난 15일에 이를 문서화된 권고사항이 전달됐다. 금감원은 김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관치의 부활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지주사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은 채 당국의 입김만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국이 말하면 금융회사들이 지시를 지켜야하는 특성상 관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도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나금융은 스스로가 추진해야 할 의무로써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금감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현재 벌이고 있는 관치는 참으로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 원장은 모 매체를 통해 “선임 과정을 두고 이상한 오해들이 있다”며 “(일정 중단의) 권고를 한 것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특정)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하나금융 회추위는 현재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예정대로 최종후보군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 이사회가 회추위와 리스크관리 위원 등에 현재 사내이사를 배제한다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해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오는 22일에는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 짓는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