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 판이 커지고 있다. 당내서 출마의지를 밝히는 현역 의원들이 줄을 이으며,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에게 도선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출마 러시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서울시장은 여전히 차기 대권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열차라는 점, 야권에선 아직 뚜렷한 후보가 없어 ‘예선이 곧 본선’이라는 이야기마저 들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21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외에도 박영선 의원, 민병두 의원, 전현희 의원 등이 사실상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현역 박 시장의 정책을 놓고, 장외 설전이 벌어질 만큼 뜨겁다.
‘한 방’에 정치적 무게감이 올라간다
서울시장직은 수도의 행정을 이끄는 자리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굴리는 중요한 자리다. 그 중요성에 비례해서 정치적 중량감도 함께 더해진다. 그야말로 ‘한 방’에 대선 후보급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정치적 성공사례다. MB는 지금의 비례대표라 할 수 있는 전국구 한 차례를 포함해 의회 경력은 재선에 그친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하면서 쌓은 인지도를 십분 활용하면서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국회엔 제16대 때 단 한차례 초선 의원을 지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예 입법활동 이력이 없다. 재야의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였던 그는 지난 2011년, 재보선서 야권단일화를 통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당내에 조직과 지분이 거의 없던 그였지만, 순식간에 민주당 내 대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예선이 곧 본선, 흔치않은 天時일까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 이후 거의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 왔다. 지난해 장미대선의 승리 이후,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민주당 역시 정당 역사에 남을 성세(盛世)를 맞았다. 수도권에선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20대 총선 당시 서울에선 바람이 불면서 민주당은 약 70%의 의석을 쓸어갔다. 소위 ‘강남벨트’라고 불리던 새누리당의 아성도 일부 허물었다. 지난 제19대 대선서도 서울은 42.3%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여권 정가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서울, 경기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확실하다”면서 “지방선거를 통해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야권의 인재풀이 좁은 것도 여당엔 호재다.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위한 인재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 때 한국당의 후보로 거론됐던 홍정욱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각각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됐지만, 당 통합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출마 여부 자체가 미지수다.
그러다 보니 ‘예선이 곧 본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경선은 본선과 다르다. 여론조사 등에선 박원순 시장이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가고 있지만, 경선에선 권리당원과 조직표 등 민주당 내의 변수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론과 꼭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보긴 어렵다. 다시 말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인사들도 경선은 해볼 만한 경기고, 본선도 비교적 어려움이 덜한 지금이 천시(天時)라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한 지역사무소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수도권과 호남을 넘어 영남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몇몇 지역에선 경선이 부담돼서 도전하지 못하는 외부 인사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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