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19일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이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의 퇴임으로 현재 한전과 한수원, 5개 발전공기업의 사장직은 모두 공석이 됐다.
이 전 사장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분류된다. 이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신임을 받으며 2016년 한수원 사장직에 올랐다. 이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에 반대하며, 현 정권의 에너지 정책에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러다 신고리 원전 5·6호 건설 재개, 영국 원전 수출 등이 마무리되자 사퇴를 결심했다.
작년 9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하고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이 전 사장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됐다. 이 전 사장이 사임을 결정하기까지 내외부적으로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수원을 제외한 동서발전·남동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의 사장 인선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중 기획재정부 2차관에 발탁된 김용진 전 동서발전 사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발전사 사장들은 스스로 물러났다.
이들 발전공기업의 새로운 사장들은 한수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사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동서발전은 박일준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되며, 남동발전은 유향열 전 한전 부사장과 손광식 남동발전 기획본부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남부발전은 신정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중부발전은 박규호 전 한전 부사장이 물망에 오른다. 서부발전의 경우, 김병숙 전 한전 전무와 김동섭 서부발전 기술본부장이 경쟁을 벌였으나, 김 본부장이 지난 19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이대로라면 김 전 전무의 사장 선임이 확실시 된다.
5개 발전공기업 공히 조직 내 인사보단 외부출신 인사에게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 같은 공통점 이외에도 누가 사장이 되던 후임자들에게선 소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이미 이뤄진 각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 과정을 보더라도 대부분이 지난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던 인사들이 대거 등용됐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함께 공유하는 인사들이 뽑히는 측면에서는 당연할진 몰라도,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주장했던 '전문성 없는 보은인사 타파'와는 거리가 있다.
아울러 각 후임 사장들에게 적용될 또 한 가지 공통점은 각 기관별 수장의 긴 공백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한수원의 경우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코드에 맞는 인사만 사장으로 등용하면 지난해 12월 수주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이후, 우리의 원전 수출은 방향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따른다.
여기에 각 기관별로 산적한 중장기 사업은 물론, 연말연시마다 단행되던 정기인사의 적체도 해결해야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임직원과 가족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발전공기업의 후임 사장들이 타개해야 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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