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특사 ´핵불가´ 조율
한미훈련 연기·축소는 무리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핵을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북핵과 관련, 대북 압박이란 국제 공조와 한미동맹 차원에서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로 협조하지 않고서는 쉬이 넘을 수 없는 고비다. 이를 극복키 위한 '특사파견' 문제를 비롯 한미 연합훈련 재개 문제 등이 국내외 주요 현안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어떤 상황이라도 우리는 북측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만이 현재의 긴장 국면을 푸는 유일한 길이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남갈등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노리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갈 수도 있다.
한반도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번 ‘외교 대회전’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만, 자칫 조금이라도 한발 빗나가버릴 경우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 버릴 수도 있다. ‘평화의 시작이냐, 다시 위기냐’를 가르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난제(難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방북 친서 요청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의 후속 대응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선 북·미 간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혀 정상회담의 사실상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조건부 수락을 한 셈이기에 성사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남북 정상간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도 있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북한 비핵화라는 최대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낙관은 금물이다. 이제 막 관계개선의 단초를 열고 긴장완화의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남북이 가야 할 길은 실로 멀고 험하다. 1, 2차가 그랬듯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각종 노력에도 불구, 북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해법을 놓고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향후 남북 회담은 북핵 해결을 위한 디딤돌이자 단계적 절차여야 한다. 대화의 추동력을 확보하려면 국제적, 국민적 지지를 얻는 일이 급선무다.
더욱이 과거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개 남북 접촉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이뤄진 이번 방북 요청은 김정은의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고, 한미공조의 균열이나 국제사회 공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면밀한 파악과 철저한 대비가 중요하다.
지금 남북 대화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하더라도, 긴장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한다면 그 대화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국제사회와의 대북정책 조율이 이뤄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정상회담 조치를 취해 나가다간 대북 북핵제재 공조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핵 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핵을 지키려는 전술이고, 한국 정부를 그 목적에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화를 하더라도 북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 비핵화 없이는 외부세계와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전하고,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나 통남봉미 전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실질성과가 보장 될 수 있을 때만이 만남을 약속토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기(期) 남북 정상회담의 명암 및 득실의 교훈도 다시한번 정확히 진단, 측정하고 되새기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북·미 대화 중재
이번 평창 올림픽에는 한국은 물론 북한·미국·일본·중국 등 러시아를 뺀 북핵 관련국 핵심인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해법 찾기에 돌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핵 제거를 향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다시한번 뚜렷이 각인시켰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의 '고리'를 풀기 위해선 남북 관계뿐 아니라, 북미 대화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청와대의 고민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비핵화가 전제돼야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이와관련, "북한이 미국과 진지하고 의미있는 방식으로 대화할 준비가 된 때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못박았다.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사실상의 대화전제로 요구했다.
특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최근 행보는 한편으론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자세이면서도, 대북 강경 대응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미 관계의 시각차 기류를 보여주기에도 충분했다. 당초 문 대통령 측은 평창올림픽 리셉션장에서 북·미 정상급 인사의 만남을 기대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눈도 맞추지 않았다. 헤드테이블에 착석도 하지 않고 중간에 퇴장해 버렸다. 미국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그렇게 거리를 두고 있다.
미 주요인사들의 이같은 행보들은 결코 북한 대표단과 같이할 수 없다는 강한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북·미 대화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의 최대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가 별개가 아니라는 공동 인식을 다지면서, 북미대화 의제로 북한 비핵화를 미국과 북한 모두에 보다 선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 외교 지혜가 절실한 부문이다.
한미동맹 시각차
결국, 남북간 대화진전과 대북제재의 실질 효과를 위해서는 강하고도 원할한 한미동맹이 주요전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은 남북대화 진전에 대해서도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남북대화가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리라고 속단할 수 없다고 이미 밝혔다. 북한의 '핵 의도'에 아직은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조금도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자세다. 나아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넘어가, 그나마 이제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대북 압박과 제재가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란 경계심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도 같은 입장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평창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혀 문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일본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공유하면서도 그 방법을 놓고는 이렇게 적잖은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미간 '이상기류'는 그동안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경제·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 대북 지렛대를 높이려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쟁 결사반대'를 강조하며 엇박자를 낸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맞춰 무려 네 차례 추가 독자제재에 나서고, 일본도 자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아직 한 번도 실질적 독자제재에 나선 적이 없다. 이 역시 한미 관계를 불편케 할 수 있는 요소다.
물론, 현재 한미 양국은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북의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란 기본 입장을 공유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방법론적 시각차로 볼 때 한국으로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의 불씨를 살려 북·미 대화의 장이 열리도록 미국과 북한 모두를 더욱 설득하고 조율해야 할 책무를 띠게됐다.
지금의 북핵 정국에서 가장 긴요하고 절실한 것은 한치의 빈틈 없는 한미일 공조 태세다. 그것만이 북의 우발적 충동이나 오판에 의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한미는 더욱 강화된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중국도 설득,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이 또한 북핵 해결의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對北특사 사명
남·북·미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현재의 이런 한반도 정세는 상당히 어지럽기만한 형국이다. 동시다발적인 특사 파견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이미 특사파견 문제는 밀도있게 검토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긴밀한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여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대북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와함께 미·중·일 등 관련국들에 대한 특사파견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북 특사의 경우는 벌써부터 몇몇 인사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의제 설정과 실무 협의를 위해 평양에 파견하는 고위급 특사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김여정 일행을 맞았던 남북 관계 실세들이 그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특사 파견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 의도가 미국의 제재를 모면하고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 벌기를 위한 것인지, 비핵화의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 진의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김여정이 사실상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온 만큼 이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끌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북한의 선전에 이용만 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전략 아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논의가 대북 핵제재와 압박을 늦추게 만드는 빌미가 돼선 결코 안 된다.
그런 만큼, 대북특사는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책조율이 이뤄진 연후에 파견해야 한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미국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오해와 불신은 없어야 한다. 대북특사가 김정은에 전달할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역시 북한 비핵화여야 한다. 특사는 북한에 핵 포기 없이는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남북 관계 진전도 기대할 수 없음을 분명히 전달토록 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대북특사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길을 김정은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 과거처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장이 다시 대북 협상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유엔의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 기간은 3월 25일까지다. 그 이후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허다. 특사의 임무와 역할도 그런 평화적 사명과 자격에 적합해야 한다.
미국 변수…주요국에도 특사를
남북 관계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대북 특사외에도 특사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도 보낼 필요가 있다. 최고위급 외교. 안보라인을 동원, 미국과 중국에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긴박하게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주변국들과 상황 및 정보를 공유하며 신뢰도 더욱 단단하게 다져 나가야 한다.
외교는 때때로 대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북한에 특사를 보내면서, 주요국들에도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더욱 확신시키는 기능도 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아직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인상이다. 북핵 폐기란 대전제 하에 북한의 다짐부터 먼저 받은 후에 대화에 들어갈 것인지, 북한의 대화제의 부터 수용하고 핵협상에 착수할 것인지 방법론적 변수가 있어 보인다. 이에 우리로선, 워싱턴에 특사를 보내 북·미 중재를 위한 교감을 치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 일각에서는 이른바 ‘포괄적 해상 차단’을 포함한 별도의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 움직임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 재무부에서 포괄적 해상 차단을 포함한 역대 최강의 초고강도 대북제재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마당이다. ‘포괄적 해상 차단’이란 한반도의 준전시 상황 돌입을 의미한다. 이른바 양동작전이라는 의심 또한 지울 수 없다. 미국의 진의도 파악해야 하기에 특사파견은 필수적이다. 일본에도 특사를 보내 소통을 강화하고 한·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한다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압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흔들리는 연합훈련
우려스런 대목은 또 있다. '평창 남북 외교' 이후 또다른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한미 연합훈련 문제다. 실로 앞으로의 향배가 주목된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위한 협상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그 역기능론도 적잖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실제로 문 대통령이 지난 12월 미 NBC 인터뷰를 통해 "평창올림픽 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한 뒤 슬금슬금 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을 허물어 왔다. 현재 정부의 본심은 한·미 훈련 연기나 중단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얼마 안 있어 미국에 훈련을 대폭 축소하거나 여름 이후로 연기하자고 제안하고 본격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따라 정부 관련부처들도 평창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대해 말을 흐리기 시작한 징후가 적지 않다. 국방부도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훈련이 중단·연기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점에 말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연합훈련을 4월에 재개하느냐'는 질문에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미국 합참은 "올림픽 이후 곧바로 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못 박았었고, 그때 우리 국방부도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하는 것은 맞는다"고 의견일치를 확인했었다. 그랬던 것이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내밀자 곧바로 '연합훈련 문제'가 그렇게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방위 안보기조의 유지
중국·러시아가 주장한 이른바 ‘쌍중단’과 유사한 국면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방안은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이와관련, “연합훈련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한·미 동맹을 저버려야 할 시점이 될 것”이란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에대해 지난 5일 국회에서 '올림픽 이후 훈련을 재개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올림픽과 관련해 연기한다고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것에 따라 해석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 때 거의 모든 국민은 '올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 훈련재개 확인발언이 흔들리는 정부자세로 비춰 국민과 국제사회를 상대로한 말장난으로 남을 개연성도 적지않게 됐다. 참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물론, 3월 말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한반도 긴장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전에 한·미·일 사이 이견을 좁혀야만 이번 남북 대화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견고한 국제공조하에 평화 정착 협상의 실질적 초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미의 최우선 목표는 북핵 폐기다. 북이 핵을 버릴 의사를 밝히고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면 훈련 연기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데 우리만 계속 양보하면 북핵은 점점 더 기정사실로 굳어져 갈 것이다. 무리한 훈련연기가 대북 전략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북한의 비핵화와 핵 동결 약속을 믿고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지만 돌아온 건 그 때도 핵무장 뿐이었다. 이같은 사태를 상기치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봉쇄가 다시 전개되는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될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그렇게 흘러가도록 놓아두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와관련,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주장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방위 안보 문제는 더욱 철저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원칙이 흔들리면 모두에게 무시당한다. 지난해 사드 배치 당시 '모호함'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를 잡으려 하다 양쪽 관계를 모두 망친 일도 있었음을 깊이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北 오판, 큰 반성을
역시 중요한 핵심과제는 앞으로 북한의 태도다. 현재 김정은은 핵을 들고는 있지만 궁지에 몰려 있다.
핵무장을 거듭 서두르는 데는 한계상황에 처한 북한사정 때문으로 진단된다. 세계적 개방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폐쇄정책의 내부적 체제유지 고민, 정치 경제 외교면에서 남한에 크게 낙후돼 버린 무력감 등이 핵무장이란 극약요법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근간의 대남 평화공세 역시 한국에 유화적 손길을 내밀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깨는 한편,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로 풀이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파탄직전에 이른 경제난과 날로 심화되고 있는 군사력의 질적 저하를 핵무기 개발로 보완하려는 북한정권의 오판으로 비친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미사일 '드라이브'는 국제사회의 어떤 압력과 대응수단 동원에도, 결코 중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들이다. 이같은 측면도 국제사회가 이미 모를리 없다.
결국, 북한은 핵 보유 입장을 바꿔 북·미 간 대화에 나서야만 남북정상회담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을 3일에 걸쳐 4번씩 만나는 동안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향후 남북 접촉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남북한 간에는 이미 역사적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돼 있고,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도 채택되어 있다. 한국이 대북 정책수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기본합의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깊이 반성하고 진정한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진전을 위해 '핵포기'의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국제공조…北개혁 끌어내야
'평창 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안보는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짙다.
한국으로선 ‘핵 없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원칙 속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비핵화 실현은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만으로는 모자란다. 6자회담에 참가한 주변 4강의 지원과 협력으로 결실을 보아야 하는 구조다.
이번 외교전의 최후 승자는 결국 대한민국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종국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자각토록 해야만 비로소 문제는 풀려나갈 것이다.
과연, 그 접점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오늘'이 처해있는 걱정스런 현주소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동북아지역의 번영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서도 북한내부가 명실상부 변해야만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1차적 당위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북핵 사태는 강력한 국제공조하에 '특단의 북한개혁 처방책'으로 반드시 풀어내야만 할 시대적 국면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