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임영빈 기자)
은행 가상계좌 발급을 두고 한국블록체인협회와 일부 중소 거래소 간 갈등이 점점 커져가는 모양새다. 창립한 지 채 한 달도 안 댔음에도 벌써부터 분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9일 고팍스와 코인네스트, 코인피아 등 암호화폐 거래소 12곳은 한국블록체인협회에 공동 성명서를 보내면서 가상계좌 발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총회 개회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협회 내 거래소 회원사가 27곳임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거래소가 성명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시중 은행의 가상계좌 발급 및 협회비 집행에 대한 설명 △정관 변경 △기업정보 공개 관련 소명 등을 요구했다. 협회 측이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시에는 협회비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앞서 회원사에 자율규제위원회의 보안 심사를 받고 회비를 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들 중소거래소들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데에는 협회가 중소거래소의 보호막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 하고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은행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Big 4’로 꼽히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게만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네 거래소를 제외한 여타 거래소에는 은행들이 가상계좌 발급을 꺼려하며 제대로 된 원화입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부분 중소거래소는 법인계좌 또는 암호화폐 거래를 이용하고 있다. 아예 거래를 중단한 곳도 있다.
코인네스트의 경우, 현재 원화 입금을 막고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입금만 받고 있으며, 고팍스는 법인계좌로 입금을 받고 있다. 코인피아는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며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한·중 합작 거래소 지닉스 역시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이 어려워 임시로 코인 간 거래만 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됨에도 협회 측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자 일각에서는 협회에서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의견도 관측됐다.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만 가상계좌가 발급되는 현 상황에서 협회가 나머지 거래소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면 갈라서는 것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한편, 블록체인협회는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소 거래소 달래기에 나섰으나 앞서 성명서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단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전체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은행권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노력’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국회를 찾고 간담회를 여는 것 등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다수 거래소의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협회가 준비한 자율규제안이 유명무실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좌우명 :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