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금 젤로 잘 하는 거 아니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제주/김병묵 기자)
제주공항을 나서자 눈 덮인 한라산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 관광은 겨울인 지금 비수기지만, 정치적으로는 성수기다. 인구 약 70만 명, 의석수 셋, 대선이나 총선에서 판세를 가름할 정치적 비중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선 다르다. 17개의 주요 광역시도 중 하나면서, 이번 총선에선 제3당의 운명과 보수야권의 미래가 걸린 요충지로 부상했다. <시사오늘>은 21일부터 22일까지, 제주를 찾아 직접 지역 민심을 취재했다.
“나야 첨엔 욕 엄청 해수다. 버스 전용차로를 한다고 도로를 뒤집어놩그네(뒤집어놔서) 차가 가질 못하난(못하니까). 지금은 좀 나아진 것도 닮고(같고).”
제주시에서 만난 한 초로의 택시기사는 첫마디로 불평을 토로했다. 현재 제주도의 분위기를 물었지만 뜻밖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들려왔다.
“예전엔 사람들이 택시 타면 정치얘기도 많이 하고 해신디(했는데), 지금은 크게 관심도 어서(없다). 나도 잘 안하게 되고. 문대림이가 나온다, 김우남이가 나온다, 이름은 다 아는데, 뭐 어디가 앞서는지 그런 건 전혀 모르우다게(모릅니다).”
평일 낮에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신제주의 한 대형 마트에 도달했다. 쇼핑을 하던 한 시민은 기자의 질문에 “아이구 잘 몰라”라고 웃으며 멀어지다가, 뒤를 돌아보며 “그래도 민주당이 지금은 젤로 잘 하는 거 아니꽝(아니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행인들은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발길을 재촉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제주대로 향하는 360번 버스를 잡아타고 옆자리의 승객에게 말을 붙였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승객도 끼어들었다.
“여긴 원희룡 말고는 이름도 잘 모르주게(모른다). 똑똑한 양반이라. 전국에서도 1등하고. 부지런하다고 하니 됐주게(됐다). 막 잘한다 말도 없지만 못한다 말도 별로 어서(없다).” -김모 씨(여, 70대, 제주시 노형동 거주)
“도지사 마씸(말입니까)? 완전 박빙이우다 박빙. 사람으론 원희룡인데, 당으로는 민주당이라. 제주는 원래 민주당인데 저번에도 원희룡이라서 된 거. 기자양반이 너무 일찍온 거. 아직 나부텀도 누구 찍을지 정하지 않앤(않았다).” - 김모 씨(남, 60대, 제주시 연동 거주)
아직 본선에 대해선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도민들이 많았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북이 있고 산남이 있다고 하면, 문대림이는 산남 요 서쪽 대정사람이고 완전히 정반대 구좌가 있는데 김우남은 산북 구좌 사람이라. 제주도가 작다고 하지만 엄밀히 정서도 좀 다르고 해서 아주 팽팽하다.” - 문모 씨(남, 제주시 연동 거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데 거기서 뽑았던 사람이라 해서 문대림 씨에 대한 인상도 좋다. 아직 누굴 뽑을지에 대해 정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긴 하는데 원희룡 지사가 중국자본을 적절하게 막은 건 잘했다고 봐서다.” - 김모 씨(여, 30대, 서귀포시 거주)
“문대림이는 좀 어리다. 또 기회가 있고. 김우남도 한 번은 할 만한 사람이다.” - 오모 씨(남, 50대)
취재 도중 만난 도민들 중 상당수가 ‘아직 지방 선거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하지만 제주가 지금 정치적으로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했다. 이날 저녁, 바오젠거리에서 만난 한 40대 시민이 정리한 제주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제주에는 예전에 제주 3김 시대라고 있었다. 늘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원희룡이 돌아오면서 일단 그 판은 깨졌다. 새 판이다. 유권자들도 달라졌다. 옛날엔 다들 여러 다리 걸치고, 눈치보고 있다가 이기는 쪽에 붙는 선거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식의 옛날 제주도는 아니다. 외지인도 많아지고, 뭍(육지)에 왔다갔다 하기도 편해지고 해서 고립된 섬이란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정치적 예측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아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 같다.”
좌우명 : 행동하라
거의 기관지 수준이네요.
저도 재주도민입니다.
언론 맞나요?
기자들 자존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