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朴 전 대통령 30년 구형…헌정사 비극 종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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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朴 전 대통령 30년 구형…헌정사 비극 종언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03.03 1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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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사법정의 확립 전기돼야
재판거부 불출석은 反법치주의
권력기관 개혁 필수 과제 대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시사오늘 주필)

퇴임한 대통령이 법정에서 중형을 응징받는 비극의 현대사는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17년형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 처리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사법 철퇴가 내려졌다. 범죄 행각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 이 땅에는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없다.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어온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국정농단, 과연 어떻게 종언(終焉)을 고하게 해야 할 것인지, 오늘 '朴 전대통령 사태'를 점검한다.

사실상 종신형 구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고 적시했다. 기소일로부터 317일 동안 100차례 진행된 1심 재판이 선고만 남기고 끝났다.

현행법상 유기징역형 상한은 30년으로, 검찰의 구형량은 유기징역 최대치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실상 종신형에 해당하는 구형이 이뤄졌다. 국가 최고권력자로서 책임을 가장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가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사태까지 초래한 데 대해 법의 합당한 심판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결심 공판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지 354일, 같은 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 된 지 317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규정하고 “그 결과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은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질타하면서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온 국민의 간절한 희망과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순실씨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했다”면서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했다”고 처벌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에다, 국가적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고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최씨와 측근들에게 전가하는 점 등을 들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검찰의 논고는 타당하다.

1심선고, 징역 20년 이상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은 18가지에 이른다. 공범으로 지목된 최씨와의 공통 혐의 외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5개 혐의가 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형량이 최씨의 25년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13일 최씨에 대한 1심 선고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 출연금 강요, 삼성으로부터 받은 승마지원, 롯데와 SK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부분 등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11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최 씨 판결문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1244번이나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은 긴밀하게 움직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서 맡고 있는 만큼, 최씨가 유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최씨 이상의 중형을 면하기 어렵고, 혐의가 더 많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4월 6일 내려진다. 공소사실 중 15개에 대해서는 최씨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범들의 재판에서 이미 공모 관계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私人) 에게 나눠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이 제시한 18개 죄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게 하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각각의 혐의가 모두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엄중한 구형은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은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은 최 씨를 위해 뇌물을 제공하거나 재단 설립 모금까지 강요받은 것으로 밝혀져 나라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처신으로 국가를 혼란과 분열에 빠뜨린 책임은 무겁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체적 진실규명 허점

1심 재판은 진행 내내 극심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년 10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추가 기소를 재판부가 받아들여 1심 구속 기간(6개월)을 연장한 이후 파행을 거듭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잇단 불출석과 변호인단 총사퇴, 국선변호인 선정 등 결심까지 100회의 재판이 열리고, 138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지만 ‘재판 보이콧’으로 박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범죄를 공모한 물증이 숱하게 드러나는 동안 “최씨에게 속았다”며 측근들에게 책임을 미루더니, 결정적인 진술과 증거가 속출하자 구속기간 연장을 트집 잡아 구형날 까지도 법정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며 허위 주장을 늘어놓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진상을 호도하며 책임을 전적으로 최 씨와 측근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방어권 보장의 핵심인 최후진술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한 국선변호인이 대신했다. 서면 최후진술조차 하지 않았고 국선변호인들의 접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이에 따라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증언의 사실 여부조차 당사자에게 묻지 못하는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실상이 재판을 통해 낱낱이 가려지리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거부 전 왜 그토록 최씨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 매달렸는지를 국민이나 재판부에 진솔하게 설명해야 옳았지만, 실상은 전혀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다. 그 결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판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측면에서 숱한 허점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주요 이유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제시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조차 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 원칙을 경시하는 자세를 드러냈다. 재직중일 때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해 수사를 방해했으며, 지난해 10월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에 반발해 재판도 거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법 절차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재판을 보이콧함으로써 사실관계의 최종적 확인을 방해한 셈이다. 이대로라면 선고공판 역시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별도로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 공판준비기일에도 불출석한 터다. 재임 중에는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더니, 탄핵으로 파면된 후에는 사법방해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으니 설상가상이다.

이런 식의 적법한 사법절차 회피와 거부는 결국 구형량 가중으로 이어졌다. 4월6일로 결정된 1심 선고 때는 반드시 출석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1년이 지나도록 범행을 부인하고 사죄도 반성도 않는 후안무치로 국민에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긴 탓이다.

정치투쟁과 사법농단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사거부와 출석거부는 물론, 재판 지연작전을 편다는 의심까지도 샀다. 실제 과도한 증인 신청을 하기도 했다. 여기엔 1심 구속 재판 기한(6개월)이 지나면 풀려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박 전 대통령이 사법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낳고있다. 자신이 직접 정치의 전면에 서겠다는 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형사재판을 정치재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국선변호인 접견마저 거부하던 박 전 대통령이 최근에 만난 민사소송 대리인 도태우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를 ‘애국단체’, 그들의 활동을 ‘애국활동’이라 칭하며 근황과 활동상을 물었다는 소식이다. 장외 극단세력에 기대어 재판을 계속 정치투쟁으로 이끌겠다는 속내다. 정치보복론을 내세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수구세력을 선동해 정치적 부활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주권자에게 엎드려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라도 된 듯 행동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까지 저지르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행태는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사법 절차를 정치적 이슈로 돌려보겠다는 입장은 반헌법적·반법치적 작태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주장과 재판부 비판은 온당치 못하다. 만약, 이번 재판이 정치 보복이라면 당초 자신이 속했던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탄핵소추에 찬성하고 나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런 물음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는 국회의원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때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한 이후에도, 온갖 죄목으로 구속 수감되고 나서도 시민들 앞에 제대로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재임 중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도 했던 박 전 대통령 스스로의 최근 '현장'은 그렇게 표리부동이다. 특히 취임 시에 국가 운영을 책임지고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했음에도, 그런 약속을 저버리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 국정을 파탄에 빠뜨린 책임은 나라의 내일을 위해 필히 응징돼야만 한다.

▲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다. ⓒ뉴시스

권력기관 비행 별도재판

이번 판결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은 다음달에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도 받게 된다. 여기에다 과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국회의원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와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의혹, 그리고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의 뉴스테이 지정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빼내 쓴 혐의는 이미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스스로 그동안 “1원도 받은 게 없다”며 돈 문제엔 깨끗한 것처럼 주장해왔으나 안보 예산을 빼내 사적으로 쓴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실제, 차명폰만 51대에다 기치료·주사 비용은 물론 서울 삼성동 자택의 에어컨 구입·수리비와 관리인 월급까지 국정원 특활비에서 빼내 쓴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특활비 유용 혐의와 관련,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포함해 4명의 전직 원장이 이미 잇따라 형사처벌 대상에 오른 것 자체는 실로 예삿일이 아니다. 박 정권으로 바뀐 후에도 국정원 특활비가 주머니 쌈짓돈처럼 마구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에게 거액의 특활비가 상납됐다. 박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남재준 원장은 2013년 5월부터 1년 가까이 자신의 비서실장을 시켜 특활비 중 매달 5000만원을 이재만 당시 청와대 총무 비서관에게 전달했고, 이병기 전 원장도 동일한 수법으로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 이 전 원장은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을 시켜 매달 1억원씩 총 8억원의 특활비를 당시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결국 현재의 국정원 특활비 제도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고, 운용방식도 분야별로 고쳐야 할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국정원의 부정부패나 개인 비리, 청와대의 권력 남용 가능성도 철저히 견제·감시돼야 마땅하다.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국회를 중심으로 '특활비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팀도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정치사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특활비 관행의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 대안을 내놓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대통령 처벌 파행史 반복
 
적지 않은 국민이 우리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되새기게 되는 상황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관련 행보와 이번 박 전대통령의 자세에는 너무도 비슷한 경향이 얽혀있다. 

지난 95년 12월  전두환씨가 노태우씨에 이어  구속 수감됨으로써, 국민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감옥에 갇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당시 오랜만에 국민 앞에 나타난 전씨의 성명내용은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오늘 박 전대통령의 자세처럼, 과거의 잘못을 뉘우쳐야 하는 역사의 죄인이란 인상이 그때도 전혀 없었다. 12·12, 5·17, 5·18 등 자신이 주도했던 사건에 대해 사죄나 사과는 커녕,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않고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당시 자세와 태도는 국민감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역사와 국민 앞에 죄값을 치르겠다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또한, 전씨 역시 첫날 재판에서 뇌물임이 분명한 비자금에 대해 총선자금,정치자금이라 강변하며 지난날의 그릇된 관행에 책임을 전가했다. 새삼 '역사바로세우기'가 얼마나 힘든 과업인가를 느끼게 했다.
그 뿐 아니었다. 당시 전씨에 대한 재판 관련 상황은 오늘의 '박근혜 상황'과 거의 복사판으로 비견될 만큼 점입가경이었다.

최근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7명이 재판과정에 항의, 모두 사임 의사를 밝히고 퇴정해버린 것처럼, 지난 96년 4월 12·12,5·18사건 5차공판에서 전두환피고인 변호인들도 집단퇴정소동을 벌였다. 공판진행에 큰 차질을 빚게했다. 한국 형사재판사상 군사독재정권시절의 시국사건에서 변호인들이 퇴정한 경우는 있었지만, 강압 분위기 없이 피고인의 변론권이 자유롭게 보장된 법정에서 변호인들이 집단퇴정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들 변호사들의 항변행태 역시 현대사를 관통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유 변호사는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인 정치권력의 압력 때문에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면서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그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당시 전 전대통령측의 변호인들도 "검찰이 공개된 법정에서 단지 소문에 근거해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퇴정했다.

당시 12·12, 5·18사건 재판은 단순한 형사사건재판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 밝은 내일을 기약하자는 역사적 소명을 띤 재판이었기에 문제가 심각했다. 이번 박근혜 재판상황 역시 그 잘못된 심각성을 다시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법치주의' 확립발전을 지향하는 국가에서 사법 체계의 한 축을 이루는 전직 대통령의 변호사들이 그의 '재판거부'를  말리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거들고 나선 것은 '반(反)법치 사태'로 볼 수 밖에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도 6공 당시의 율곡사업, 원전건설, 신공항건설, 고속철, 제2이동통신 등 대형 공공사업과 관련된 뇌물 특혜 시비와 함께 토지 빌딩 증권 등 여러가지 형태로 은닉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부정축재 상황과 관련, 국민에 대한 사과성명이나 소명서가 매우 불성실해 비난이 쏟아졌다. 이것이 한국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처벌 역사다. 나라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과 관련된 한국 현대사가 그만큼 굴절이 심했음을 반영한다.

권력기관 수술 청사진을

이같은 현상들은 민주화 이후 각 정권들이 출범시에는 언제나 권력기관의 중립성과 개혁을 외쳤지만, 실제 현실은 때때로 그 반대가 돼왔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초의 비슷한 다짐들에도 불구, 결국엔 권력기관을 시녀화 시키고만 경우를 아직도 여실히 기억하고 있다. 왜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봉사하는 기관이 될 수 없었는가. 한마디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말따로, 행동따로’였기 때문이다. 취임초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취임하고 얼마되지 않아 권력에 함몰된 제왕적 대통령이 되면서 그런 초심을 언제나 망각했던 것이다.

국정원 핵심간부들에 대한 처벌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박 전 정권 때 국내 공작정치 의혹이 있는 국가정보원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 신승균 전 국익정보실장 등 3명에 대해서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직권남용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혐의 내용에는 민간인 및 공무원 사찰,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 블랙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나 압력 행사, 댓글부대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국정원 개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추 전 국장 경우는 정보기관 핵심 간부임에도 불구, 최근 큰 이슈가 된 '최순실·미르' 관련 주요첩보가 170건이나 됐는데도 상부에 보고는커녕 그냥 덮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장들을 무시하고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보하며 누군가를 비호하거나 상황을 왜곡시킨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우병우-추명호 삼각 커넥션'을 의심케 할만한 대목이다. 국정원을 일개 사인(私人)을 위한 기구로 전락시킨 작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뿐 아니다. 검찰은 2013년 4월 국정원이 현대차에 압력을 가해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자회사에 일감을 주고, 이를 대가로 경우회가 친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최근 들어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각종 범법 행위의 증거와 정황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모조리 감옥에 가는 것은 혁명 상황이 아니라면 상상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전직 국정원장들과 핵심간부들의 잇딴 수난과 몰락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다.

지난 시절, 이른바 권력기관들은 그렇게 국민이 아니라 집권자및 정권에 봉사하는 조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들 스스로도 초법적 존재로 행세하며 국민위에 군림해 왔다. 그런 행태가 애초에 정통성·정당성을 결했던 구정권들을 불신의 늪으로 밀어넣었고, 결국은 붕괴에 이르게 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근 文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노력도 해당 기관의 개명이나 신설 등으로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과거 반국가적, 반국민적 적폐를 이번만은 명실상부 청산해야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근본적 수술의 정책 청사진 구축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정치위의 法治'로 재발방지 

이렇듯, 박 전대통령 사태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여러 측면의 심각한 문제제기를 함축한다. 대통령 탄핵, 구속,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될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대한민국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남김없이 밝혀 교훈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이번 재판은 대통령이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선을 넘어야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출연금을 낼 때 공익과 사적 이익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얻을 수도 있다. 공소사실이 모두 대통령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국정운영에 반영할 메시지가 결코 적지 않다.

재판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땅에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거해야 한다. 시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적·사법적 정의를 다시 세우며,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교훈을 남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는 이른바 비선실세의 발호와 권력 농단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현재 논의 중인 개헌 작업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수술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친박인사들의 극단적 입장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최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정치적 음모’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주체는 정치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다. 사건 심리 결과 역시 사법부의 판결로 공표될 것이다.

이번 재판은 국민 앞에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드러내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변호인들은 다시 법정으로 돌아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증거를 토대로 주장을 펼치고, 결백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결백을 입증하면 된다. '정치적 포석'을 하고 있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모든 항변은 법치주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한편, 재판이 여론에 휘말려서도 안될 일이다. 재판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검찰과 재판부 역시 역사 앞에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책무가 있다. 심판은 역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모든 절차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냉정해야 한다. 감정적이거나 정치보복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오로지 '정치위에 법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 이제라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도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다. 자신의 공과(功過)를 정확히 가르기 위해서는 법정에 끝까지 서있어야 하는 자세가 관건이다. 그의 목소리와 주장은 역사로 기록되고, 후세는 공평하게 평가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재판에 대한 반발과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진실된 속죄다. 국민앞에 솔직하게 모든 것을 고백하는 자세로의 전환이 강력히 요구된다. 그것이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길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며, 역사 앞에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몰고 온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역사·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역사에 기록을 남겨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법의 엄중한 심판은 내려져야 한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역사적 판결을 촉구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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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dgeem 2018-03-03 18:13:47
나쁜짓을 하고, 돈을 긁어 먹었으면, 처벌되는 것은 당연 .
그리고 문재인 정권말기에 사면될 것이 뻔한데, 비극이 안니라 코미디 !!!

kim0607 2018-03-03 17:24:27
오늘날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은 장본인들 뿐만 아니라 언론 또한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과 금력에 아부하는 것을 넘어 적폐를 함께 일삼아온 세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이 기사와 같은 논리로 면제부를 부여했던 친일매국노들이 금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자행해온 적폐의 잔재가 아니던가. 일제감정기 시대에 처음에는 애국을 부르짓다가 나중에는 대부분 친일매국에 앞장섰던 이 지식인이라는 작자들의 세치 혓바닥에는 눈꼽만큼의 애국심이라는 가슴은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머리만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럴까 2018-03-03 16:57:52
사과한다고 용서받을까? 어떤 말을 해도 국민들은 용서 안합니다. 그래서 법정에 출석 안하는겁니다. 우리 국민들의 단점이 그겁니다. 사과하면 이번엔 진실성이 없다든가 핑계만 댄다고 할것이 뻔함. 박근혜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통령도 임기 끝나면 철저히 따져서 뭘 잘못했는지 철퇴 가해야 함.

홍길동 2018-03-03 16:31:59
넵 다음은 문죄인.

seongdo2 2018-03-03 16:09:28
무기징역이 아닌게 이해가 안간다....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