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금융당국이 혼란한 모양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 12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단 이유에서다. 갑작스런 수장 교체를 겪게 된 금융당국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시사오늘>은 최 원장의 과거 발언을 정리해봄으로써, 향후 금감원의 방향성에 대해 예측해 봤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 거래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또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농협·기업은행 정도만 가상화폐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하나은행은 실명확인 시스템을 다 구축해 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이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긍정적인 기조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앞서 최 원장은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품은 빠질 것이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한 바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최 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은 다시금 얼어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억제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차기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상승 동력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 늘어나 자금이 유입돼야 가상화폐 시장도 활기를 띄지 않겠느냐”며 “차기 금융감독원이 임면될 때까지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회복세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구성에 있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발견됐다.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물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이었다.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들어가서 연임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상식적으로 현직이 연임 예정일 경우 회추위에서 배제된다. 그런데 이를 어느 지주사도 지키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날 선 공방을 이어갔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당시 연임에 성공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3연임 막바지 작업에 착수했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겨냥해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그 결과 다수의 금융지주사들은 객관성·투명성·공정성 등을 강화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이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금감원과 마찰이 잦았던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이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된다. 금감원으로서는 수장의 이탈로 인해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회장 선출 일정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본인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관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
최 원장이 사임 의사와 함께 밝힌 입장의 일부이다. 이번 사태로 최 원장은 역대 최단기간 재임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으며, 금융업계를 감독하기 위해 마련된 금감원으로서는 지워지지 않을 흠집을 남기게 됐다.
따라서 금감원은 자신들의 치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재확인한단 취지 하에 특별검사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별검사단을 이끌 단장은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가 맡았다. 또한 검사총괄반, 내부통제반, IT반 등 총 3개반으로 구성됐다. 검사기간은 내달 2일까지로, 특별검사단 측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검사기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채용비리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채용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하겠다고.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둔 하나금융그룹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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