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GKL 감사 선임 싸고도 '잡음'
골프접대 등 임직원 모럴해저드 심각
업계선 "서울시내 카지노, 다시 점검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 등에 엄중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정작 조직 내부에서 감시와 견제를 담당해야 할 감사와 사외이사 등에 대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담보돼야 할 감사직에 ‘낙하산’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인사들이 속속 내려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민연금공단 감사에 임명된 이춘구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을 비롯해,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로는 임찬규 전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 LH 감사에는 허정도 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미디어특보 등이 선임됐다. 그나마 금융감독원에는 김우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신임 감사로 선임돼 나름대로 전문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김 신임 감사 또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은인사’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 중 GKL의 임 신임 감사 이력도 주목받는다. 현재 수장이 공석인 상태로, 온갖 '비리백화점'처럼 대외적 위상이 굳어진 GKL의 지난 부적절한 행태들을 생각한다면 감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임기 2년의 임 감사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 강원랜드 비리와 닮은꼴 GKL, 비리의혹 끝은 어디?
현재 채용 비리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 못지않게, 2005년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GKL은 지난 몇 년간 수많은 비리와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우선 이기우 전 GKL 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 연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작년 해임 건의를 냈던 감사원은 이 전 사장이 재작년 1월, 더블루케이와 스포츠단을 만들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GKL 장애인휠체어펜싱팀을 창단했다고 밝혔다. 이 때 이 전 사장은 내부 반대를 무시한 채, 규정을 위반하며 선수를 채용하고 더블루케이와 2억 8000만원의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물의를 빚었다.
이와 함께, 이 전 사장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지시에 따라 GKL 사회공헌재단이 장시호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재단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기도 했다.
GKL 사회공헌재단은 이사회 승인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만 사업을 기획·운용할 수 있다. 또한, 재단에 대한 감독 권한은 GKL이 아닌 상급기관인 문체부에 있다.
GKL의 비리는 비단 사장 선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 간의 ‘모럴 해저드’도 큰 문제였다.
작년 4월에는 GKL의 자금 담당 직원이 업무상 횡령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자금 담당 직원은 GKL 명의로 가입된 100억 원짜리 증권 상품을 해지한 뒤, 이 중 40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렸다. GKL은 증권사의 연락을 받고서야 사실을 알고 담당 직원을 고소하며 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이미 5억 8000만 원은 사용한 후였다.
# 횡령, 사문서위조…GKL 임직원들 모럴헤저드 "상상 그 이상"?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14년에도 벌어졌다. GKL의 금고 담당 직원이 회사에서 500만 원짜리 수표 400매를 들고 나와 현금화를 시도하다 걸린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GKL은 공기업으로서 직무상 이해관계자와 각종 여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지난 10년 간 직원들이 카드사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여행 및 골프 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작년 국정감사와 자체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GKL 직원들은 일부 카드사의 지원 속에 출장 형태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으며, 그 수는 수백 명에 달했다. 이 때 출장으로 처리된 경우, GKL은 출장자에게 일비를 지급하기도 했고, 출장 결과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때로는 문제가 되자 접대를 제공한 카드사에 출장보고서의 내용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직원도 있었다.
그 외, 일명 ‘꽁지’라 불리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내국인은 출입할 수 없는 규정을 어기고 GKL 사업장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정황들이 포착됐었으며, 최근엔 필리핀 은퇴비자를 불법으로 만들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하고 있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개인적인 일로 치부될 수 있겠으나, 얼마 전엔 GKL 소속의 스키선수가 일본 현지에서 여자선수들을 추행한 일이 벌어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스키협회는 선수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여자선수들은 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국관광공사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GKL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서울의 강남과 강북, 부산 등 세 곳에 운영 중인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GKL은 2016년 5482억 3000만 원의 매출을 비롯, 매 해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 업계선 "서울시내 성업중인 카지노, 다시 점검해야"
외화 획득과 고용창출, 한국 카지노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세워진 GKL은 자칭 ‘애국산업’의 주체다.
그러나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강원랜드와 GKL은 애국산업이 아니라, 건전할 수 없는 사행산업의 주체로 온갖 비리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국가의 제도적 보호와 관리를 받는 공기업이란 특성을 누리며, 관광산업이라는 미명 하에 사장과 직원이 부당한 이익과 부정부패를 일삼은 지 오래다. 지난 10년 간 GKL이 받은 현재의 성적표다.
높은 외화가득률과 고용창출 효과를 내세워 기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음에도 새로운 카지노 기업을 만든 것도 문제지만, 애당초 불법 사채가 기승을 부리는 도박산업을 통해 올린 매출로 사회공헌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 앞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시사오늘〉이 접한 관광학 전공의 한 소장학자는 “수많은 현금이 오가는 카지노 사업은 운영 주체로선 단기간의 수익률을 올릴지 모르나, 강원랜드에서 보듯 부정부패와 사회적 부작용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라며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유치도 중요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성행 중인 카지노를 다시 한 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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