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대한항공과 계열사 진에어가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각각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했지만, 오히려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와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조원태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로부터 회사 기회유용 등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권고를 받았지만, 지난해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와 노조 갈등 해소 등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안건 처리를 이뤘다.
조양호 회장 역시 같은날 강서구 대한항공교육훈련센터에서 열린 진에어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직에 올랐다. 진에어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 책임 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조 회장 역시 "지주회사 회장으로써 진에어의 안전운항과 높은 영업이익 달성을 지원해 주기 위해 사내이사를 맡게 됐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들 부자(父子)의 행보를 달갑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원태 사장의 경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지적대로 자신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했던 비상장 회사들과 대한항공 간의 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개인의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
조 사장은 이후 해당 회사였던 싸이버스카이의 지분은 매각하고 유니컨버스의 지분은 증여했지만 당시 논란은 여전히 입에 오르내리며 오점으로 남아있다.
업계도 이러한 오너 일가의 내부이사 선임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다. 자칫 이해관계에 얽힌 경영을 이룰 수 있는 데다, 회사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회장의 경우에는 진에어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한 반발이 더욱 거세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장님께서 진에어도 경영하시네요. 급여도 많이 받으시네요. 진에어도 이제 대한항공처럼 모든 조종사들의 선망(?)이 되겠군요"라고 비판했다.
또 "다 욕심. 내가 하면 더 잘 될거라는 착각", "제발 좀 그만 망치세요. 그렇게 독재경영으로 비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직원들 원성사면서 김정은식 경영하시려구요?"라는 식의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진에어는 같은날 열린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외에도 이사의 보수한도를 기존 3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증액시킨 안건을 통과 시켰다. 이는 기존 이사 7명에 조양호 회장 1명만이 추가됐음에도 10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 회장의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이미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서도 2016년 등기이사 4명에게 지급된 총액 42억4000만 원 중 28억7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은 2017년에도 이어진다. 해당년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6개월 사이에만 18억1800만 원을 챙겼다. 상여금을 제외한 급여만 따지더라도 16억4600만 원에 달해 1년치로 가정할 경우 33억원 가량을 챙기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급여액이 27억 원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1년새 보수가 22.7% 증가할 것으로 추론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진에어 사내이사에 오름으로써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미 진에어의 경영 실적이 호조세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결과에 편승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욱이 진에어를 프리미엄 LCC 항공사로 발전시키겠다 했지만 되려 저가항공사의 프리미엄화는 자칫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소지가 크다"며 "조 회장이 항공업계에 잔뼈가 굵은 분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다소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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