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할부거래법 시행 이후 악재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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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할부거래법 시행 이후 악재 겹쳐
  • 상조매거진/이정석 기자
  • 승인 2010.12.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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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업체 검찰 수사등 격동기 맞아 좌충우돌
상조업계가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영세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업계의 특성상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업계가 당분간 어려움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나 동시에 법적으로 안정된 구조 아래 새롭게 사업을 영위함으로써 보다 건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시기에 대형 업체들에 대한 연이은 검찰 수사와 더불어 대기업의 상조업 진출설도 대두되면서 업계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단순히 위기로만 겪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격변기 맞은 상조업계

이번 할부거래법의 주요 내용은 ▲상조업의 거래형태를 선불식 할부거래로 규정 ▲자본금 3억원이상의 규모로 시도 등록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 또는 공제조합 가입 등을 통해 선수금의 50% 보전 ▲상조업체 재무상태나 일반현황 등의 정보공개 ▲소비자 청약철회 및 계약해제권 신설 등이다. 이밖에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13가지 금지행위를 명시하고,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행정제재 및 소비자피해분쟁조정 제도도 도입했다.

주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할부거래법은 상조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에 기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그 동안 자유업으로 5000만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설립 후 영업이 가능했던 상조업을 할부거래법을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일정 수준의 규제를 받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상조업 관련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그 만큼 상조업 관련 소비자 피해가 상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상조업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동안 소비자 피해도 그 이상의 속도로 크게 증가해왔다.
 
공정위는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상조 업체 수가 337개사에 이르며, 회원 수는 약 275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말 기준 실질적인 상조 업체 수가 281개사이며, 회원 수 약 26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업체 수는 약 19.9%인 56개사, 회원 수는 약 3.8%가량인 10만명 늘어난 수치다. 2008년에 전년 대비 회원 수가 40.2%나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회원 수 증가율은 크게 낮아졌지만, 업체 수는 여전히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고객불입금 면에서도 2008년 약 898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상조업과 관련한 소비자피해 증가율도 이에 못지않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조업과 관련한 소비자불만 상담 건수는 2446건으로 2008년 1374건에 비해 78%나 증가했다. 이는 2007년과 2008년의 전년 대비 상담
건수 증가율(2007년 63.7%, 2008년 64.9%)보다 더욱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회원 수는 물론, 업체 수 증가율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회원 수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는 업체 수 증가율, 그리고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고객불입금 규모와 78% 늘어난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는 그 동안 상조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즉,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규모에 매력을 느껴 단시간 동안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그와 동시에 소비자 피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업체들 중 상당수를 영세한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공정위는 분석했다.


▲     상조업체 총자산 현황

 실제로 337개 업체들 중 총자산이 100억원이상인 상조업체 수는 23개(7.0%)이나 이 범위에 해당하는 자산총액은 6842억원으로 전체 9902억원의 자산총액 중 69.1%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반면 총자산이 10억원 미만인
상조업체 수는 219개(65.0%)이나 이 범위에 해당하는 자산총액은 497억원으로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중 총 자산이 3억원 미만인 업체가 47.2%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상조업 시장은 비교적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로서는 업체들의 총자산 합계가 고객불입금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가운데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장 상황에서 이들 영세 업체들이 도산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할부거래법을 통해 상조업 시장을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원에서 지난해 접수된 상조업 관련 소비자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해약환급금 및 과다한 위약금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나, 폐업·잠적 등에 의한 소비자피해도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와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규제 도입에 업계 부담…최종 등록률 미지수
 
업체들 입장에서 할부거래법 시행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3억원 자본금 요건이 포함된 등록제와 선수금보전제도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업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영세 업체들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총 자산 규모 면에서 3억원이 되지 않는 업체들이 47.2%에 이른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업체들이 당장 자본금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등록하기 위해 따로 얼마 이상의 자본을 추가로 투자해야한다. 그나마 법 시행 후 6개월 동안의 등록 유예기간이 있어 내년 3월 17일까지만 등록하면 되지만, 많은 업체들이 끝내 등록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선수금보전제도는 각 업체들이 할부거래법 시행과 더불어 즉각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3월 18일 이전까지는 선수금의 10%를 보전하고, 이후 매년 10%씩 보전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당장 선수금의 50%를 보전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대비할 시간이 있긴 하다. 그러나 기존에 가입된 고객들의 선수금에 대해서도 10%를 보전해야하고, 매년 10%씩 추가로 보전해 최종적으로는 50%를 맞춰야한다는 점에서 역시 부담스럽다. 업체들로서는 영업수당과 관리비용이 초기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지난 3월 공정위에서 진행된 할부거래법 설명회
지난 3월 공정위에서 진행된 할부거래법 관련 설명회에서도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자본금 요건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 업체들이 도산하고, 오히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나온 공정위 관계자는 3억원의 자본금 요건 자체가 선수금 50%를 보전하면서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12월 6일 기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업체 수는 9월말 기준 전체 업체 수 337개사의 약 91%에 이르는 306개사다. 이는 당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업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체결률이다. 공정위 측은 예상을 웃도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률에 대해 업체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중 등록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17일까지 등록을 완료할 업체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같은 12월 6일 기준으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을 완료한
업체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업체 수의 39.9% 정도인 122개사에 불과하다.

업체 대표 구속 수사·대기업 진출설 등 불안 요소
 
할부거래법 개정은 업계에게 있어서 하나의 난관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소비자피해가 양산된다는 오명을 얻었던 상조 업계가 엄격한 법 규제를 받게 됨으로써 기존의 좋지 못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으며, 주먹구구식 영업이 아닌 보다 체계적이고 건실한 시스템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 동안 상조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 영세·부실 업체의 도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라는 점을 떠올리면, 적어도 할부거래법에 맞춰 영업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안정성은 확보됐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이런 이유로 이전부터 상조업 관련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이번 할부거래법에 대해서도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한 조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가 할부거래법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 보람상조를 시작으로 업계의 내로라하는 업체 대표들이 연이어 검찰에 구속된 것이다.

지난 4월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됐을 때만 해도 한 업체 대표의 비리문제 정도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9월 박헌춘 한라상조 대표와 10월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상조 업계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말을 앞두고 나기천 국민상조 대표까지 구속되면서 결국 검찰 수사가 해를 넘겨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는 상조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횡령 등의 비리가 만연하고 있음을 밖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업계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는 상조업체 대표들이 고객 납입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인식으로 변화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상조 업계에 윤리적인 부분에서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안 심리로까지 이어졌다.

검찰에 대표가 구속당한 4개사는 모두 회원 수는 물론 자산규모 면에서도 업계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업체들이었다. 그 동안 소비자들이 상조업에 대해 갖고 있던 안 좋은 인식은 기본적으로 영세·부실 업체 난립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번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큰 회사마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결국 상조업 시장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사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한 파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을 통해 검찰의 업체 대표 구속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해당 업체는 물론, 타 업체들에도 해약 문의가 빗발쳤다. 할부거래법 시행이 영업 방식 등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사태의 경우는 아예 영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사건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서 업계에서는 결국 상조 시장이 기존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현재 진출해있거나 향후 진출을 모색 중인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상조 시장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500억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The-K 라이프의 예다함이 진출해있
으며, 삼성에스원을 비롯한 대기업과 농협, 신협 등 금융권에서도 신중하게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및 금융권의 상조업 진출 소식은 기존 업체에게 있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만약 이들이 상조업 시장에 진출한다면 결국 기존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기존의 브랜드 가치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수사 발표와 할부거래법 시행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업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기업들의 상조업 진출이 가속화될 경우 현재 불안해하고 있는 다수의 회원들이 그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들 대기업의 상조업 진출로 인한 영향과 실제 진출 가능성에 대해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상조업계가 할부거래법 시행을 통해 약간의 희생 대신 안정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검찰 수사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대기업 진출설 등 악재에 시달리면서 더욱 힘든 시기를 겪게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2010년은 상조업계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와 기회의 시기이자 동시에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를 잘 견뎌내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업계가 맞게 된 위기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과 해결책 마련을 위해 업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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