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기업 책임’이란 말이 있다. 기업이 성장해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의 일정한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 일방적인 이익추구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해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을 말한다.
흔히 대기업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인 윤리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이마트의 기업책임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마트에서 두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것도 근무 중에 말이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남양주 도농점에서 무빙워크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남성이 기계에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이어 같은달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캐셔로 근무 중이었던 여성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후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불과 사흘만에 일어난 연이은 사망사고였다.
이후 이마트 노동조합 측은 이마트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두 사고 모두 이마트의 근무 환경과 사고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사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끝내 없었다. 사과 대신 노조 측의 시위에 맞섰다. 이마트는 노동자들의 항의를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폭력’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일 이마트는 시위와 관련 김기완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이마트지부장 등 6명과 성명불상자 다수를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같은날 노조 측은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마트산업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사태를 악화시켜 전국민적 분노가신세계를 무너뜨리기 전에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부디 인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직원과의 상생·소통을 강조하며 친근한 오너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첫번째 사망사고가 있기 며칠 전만 해도 그룹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신사업에 대한 ‘깜짝 발표’로 주목받았다. 두번째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전통시장 상생’과 관련한 프레스 투어도 이어졌다.
사고가 일어난 전후의 일이었다. 정 부회장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사고와 관련 어떠한 입장문도 내놓지 않았다. 본사 측의 법적대응과 정 부회장의 침묵이 노조와의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사회통념상 노동자의 죽음은 안타깝고 통탄한 일이다. 이마트 관계자들이 노조에 맞선 법적 대응에 앞서 사망과 관련, 유족들이 납득할만한 입장문을 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일각에선 두번째 사망사고 이후 전적으로 이마트에게 책임을 묻는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소중한 한 가족을 잃었고, 동료를 잃은 통탄함은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엄연히 근로 시간에 일어난 사망시간이라는 점을 비춰보았을 때, 초동조치가 미흡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고 재발방지에 노력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 측은 계속해서 회사에 사과를 요구할 것이고 본사와의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사고는 일어났고 기업은 법정 소송으로 맞대응 했다.
언제나 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장 경영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정 부회장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뒤로 모습을 감췄다. 어디선가 또 깜짝발표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먼저 챙겨야 할 게 있다면 계속되는 기업의 ‘깜짝 발표’보다 단 한명의 노동자의 ‘안전’ 더 나아가 ‘생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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