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뜻밖이다. 오는 6·13 지방선거 대진표의 윤곽이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친문(親文)의 수가 의외로 적다. 그 배경엔 민주당 안팎의 여러 요소가 있다.
민주당의 예비후보들은 역대 최고 경쟁률의 입시(入試)를 치르고 있다. 높은 당의 지지율과 맞물려, 후보군이 넘쳐난다. 합격 전략은 유사하다. 너도나도 친문(親文·친 문재인)을 표방하고 있다. 자신이 현 정부와 가장 어울리는 인사임을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원조 '친문'이라고 부를만한 인사는 그리 많지 않다. '의원급' 중에선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전해철 의원과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김경수 의원 정도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오중기 전 행정관(경북지사), 문대림 전 비서관이 꼽힌다.
친문의 수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대략 몇 가지로 나뉘어 분석된다. '패권주의' 논란을 의식하면서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2선으로 물러선 경우와, 그 외의 돌출 변수로 인한 불출마가 있다.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현역이 나서는 곳도 많은 편이다. 이를 두고 일각선 당내 세력구도와 지방선거는 큰 연관이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우선 자발적인 일선 후퇴다. 일명 '삼철'의 일원으로 불리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설이 돈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소문이 돌자마자 빠르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판에선 빠졌다. 대신 부산시장 후보로는 계파는 물론 민주당색마저 옅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선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김경수 의원 역시 마지막까지 출마를 망설였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의원 역시 유사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제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김 의원은)괜히 '친노 패권'이니 '친문 패권'이니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라도 더 좋은 적임자가 있기를 바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충남지사에 출마해 활발한 선거운동을 벌이던 박 전 대변인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충격적인 성추문에 이어 본인의 스캔들 의혹으로 후보직을 내려놨다. 박 전 대변인의 의혹에 잘잘못은 가려지지 않았지만, 단기전(短期戰)인 선거에서 이미지에 입은 상처는 뼈아팠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전현희 의원도 경선 전에 자진 사퇴했다. 전 의원은 민주당의 주자들 중에서는 가장 친문에 가까운 인사였다. 지지율 정체와 강남 지역구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주요 배경이다.
세종시·충청북도·강원도·전라북도의 경우, 현역 자치단체장들이 그대로 나선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 당시 승리의 주역들이다. 친문이 형성되던 당시엔 이미 행정에 몸담고 있던 인사들이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는 3선,이춘희 세종시장과 송하진 전북지사는 재선 도전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친문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마치 청와대가 후보를 많이 낸 것 같은 착시현상마저 일어날 지경이지만, 실제와 전혀 다르다"면서 "정말 친문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지방선거는 계파가 아니라 인물 싸움이다. 친문 비문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게다가 지방선거는 행정으로의 전환이라 어찌보면 큰 의미가 없다"면서 "당내 세력구도 재편에는 재보선, 총선이 훨씬 중요하다. 계파문제가 불거진다면 이런 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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