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꼭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의 연봉이 오천만 원인데 월세 40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사시겠습니까?' 물으면 설사 당신의 연봉이 일억 원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미쳤구나!' 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금 10억 원을 연이율 5%의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년간 이자수익이 얼마일까? 그렇다. 5천만 원이다. 단순히 12개월로 나누면 월 400만 원꼴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30평형대에서 40평형대의 거주용 부동산은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10억 원을 호가한다.
만약 당신이 시가 10억 원의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그 기회비용은 현재의 콜금리 기준으로 월 400인 것이다. 과연 이 주택가격은 타당한 것이고, 앞으로도 거주용 부동산이 인플레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까?
전후의 한국사회는 엄청난 격동기를 겪으면서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가져온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는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1980년대에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전 세대에 비해 늘어난 소득을 바탕으로 아파트, 자동차, 해외여행 등의 소비 주체가 되었는데 이들 세대가 독립하거나 결혼 등을 통해 신규 주택 수요자가 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순수 신규 주택 수요는 해마다 증가를 보여 년간 35만에서 40만 가구의 수요를 창출해 왔다.
이러한 순수 인구증가라는 요인과 더불어 전후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서울, 수도권으로 전입되는 인구증가는 결과적으로 꾸준한 택지 수요를 부채질해왔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주용 부동산의 터무니 없는 가격 상승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주택은 더 이상 투자대상이 안돼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활동반경이 축소된다. 현재 한 두 명의 자녀를 둔 이들 베이비 붐 세대는 교육과 거주의 편의성 때문에 강남의 아파트와 고급화, 대형화된 아파트를 선호했지만, 앞으로 10년을 전후로 자녀들의 성장에 따른 교육 수요의 급감과 자녀들의 분가로 인한 1인당 주거 효율성의 저하, 은퇴 후 거주 지역의 변경, 노인 동선을 고려한 주택 규모의 축소 효과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 집값의 하락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무서운 것은 오를 때보다 내릴 때다. 따라서 현재 50대가 은퇴 연령대에 진입하는 시기가 되면 더 이상 주택시장의 가격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서두에 예를 들은 것처럼, 거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과거의 관행은 조만간 합리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10억짜리 주택에 산다는 데서 얻는 심리적 만족감과 실제 10억 원의 기회비용을 바꾸는 현재의 방식을 주택 가격이 무한히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주택시장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없는 상황에서 보유세의 증가와 금리 인상, 양도세, 1가구 2주택 규제책 등의 고강도 외부 압박을 이겨내면서 고가 아파트에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셋째, 부동산 일변도인 자산시장의 급격한 재편이 부동산가격의 유동성 감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2006년 주식형 펀드의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스프레드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일반화하고 있다. 2006년 주식형 펀드의 많은 부분은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이다.
이는 국내의 시장 참여자들이 글로벌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투자자들의 유연성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점은 현재 국내 시장의 40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지분에서도 증명된다. 즉, 주식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준의 시장이 되어 있고, 글로벌 기준으로 가치가 하락하면 언제라도 새로운 매수세가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향후 10~20년 후 은퇴자들의 자산매도가 발생하더라도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충분한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완충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국내 부동산시장은 만성적으로 고 평가되어 있어 글로벌 기준의 스프레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국내의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땅과 주택에 대한 고유의 선호가 급격하게 퇴조하지는 않겠지만 10년만 지나면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보다 펀드시장이 활성화 될 가능성 커
그렇다면 앞으로의 부동산 투자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가용 국토가 좁고 수십 년간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매우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가뜩이나 높은 인구밀도는 도시를 중심으로 더욱 직접화되고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성장의 파이를 부동산 투자, 특히 아파트 분양과 적금에 대한 투자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으며, 이 대열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자산 양극화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대략 1500만이며 거주용 부동산의 시가총액은 약 600조에 이른다. 이는 한 가구당 평균 보유액이 4억 원이며, 이는 GDP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세계의 부동산 시가 총액이 GDP의 약 3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거주용 부동산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거주용 부동산에 대한 평가가 앞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신규 주택 수요와 함께 노후 주택 철거 및 자연재해 등 멸실에 따른 대체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5년까지 35만 가구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신규 주택 수요는 그 후 급속하게 감소하여 2010년에는 25만으로 2020년에는 10만으로 2030년 경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순수 신규 주택 수요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새로운 택지를 개발해야 하고, 이는 또한 토지수요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2010년부터는 신규 택지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토지가격에는 고 평가되어 있는 만큼 이미 미래 개발가치가 반영되어 있어, 택지 수요 감소가 발생할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체수요의 경우, 신규 주택 수요와 달리 신규 토지 수요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2010년 택지 수요로 인한 토지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과거에는 분양만 받고 큰 평수로 늘려가다가 여유가 생기면 한 채를 더 사는 방식으로 무조건적인 투자를 해왔지만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변동성이 커지고 수익이나 손실의 편차도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기존의 투자욕구를 감당하고 이러한 위험이나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펀드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시장붕괴로 인한 직접투자의 위험성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행 부동산시장은 향후 10년 이내 급락하고, 그로 인해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주식시장과 같은 투자 패턴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장기 하락의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전국적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지역별 편차를 보일 것인지 알아보자.
부동산 시장 10년내 급격한 변동 겪을 것
통계청 인구 전출입 자료를 보면, 수도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 도에서 인구 순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방의 이러한 인구 순 유출과는 정반대로 수도권의 인구추이는 그 동안 거쳐온 모든 정권의 수도권 억제와 지방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70년에 전국대비 28퍼센트에 불과했던 수도권의 인구는 2005년에는 47퍼센트에 육박한다. 이것은 물론 정점에 이른 국면이라고 볼 수 있어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통계청에서 내놓은 2020년 인구지수를 보면, 서울은 개발면적의 고갈로 인구가 정체되고,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은 상당한 인구증가가 예상되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대부분 인구정체 혹은 축소가 예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의 50퍼센트에 육박하며, 수도권의 연간 생산 부가가치는 전체 GDP의 약 60퍼센트인 400조원이 넘는다. 이런 엄청난 부는 대부분 수도권에 재 투입되며, 수도권 성장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시장 논리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GDP의 60퍼센트를 담당하는 수도권의 억제는 국가 경제의 위축을 불러오므로 대체수단 없이 수도권을 억제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산업시설의 감소와 생산력의 감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또한 수도권에 구축된 수백 조 원의 인프라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새로운 권역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교육 인프라와 좋은 직장을 제공하는 서울, 수도권은 강력한 구심력을 발휘하고 있어 인구 감소는 이런 압축적인 패턴을 오히려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위와 같은 수요변화와 수도권 집중화에서도 경기도의 5대신도시의 가구수는 약 30만 호에 불과하여 앞으로 분당 정도의 위치에 분당 크기인 400만 평의 택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5대 신도시의 희소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두드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은 수도권과는 달리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경제력만 된다면 서울로 오고 싶어 하므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 인구는 정체현상을 빚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방과 달리, 아파트 보급율이 낮고 강남, 서초, 송파, 여의도, 목동까지 합쳐도 30만 가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총 가구수를 총 1500만 가구라고 가정하면, 최상위 소득계층의 2퍼센트밖에는 수용할 수 없는 공급량이므로 최상위계층의 자산이 100억이라 가정하면, 이들은 20~30억 원의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므로 이들 선호지역의 부동산가격은 더욱 차별화되고 현재의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거주용 부동산의 수요적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의 미래를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거주용 부동산 시장은 향후 10년 이내에 급격한 변동을 겪을 것이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진행, 각종 규제책, 그리고 수도권 광역 밀집화 등의 요인으로 인한 부동산의 급락은 지방을 시작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강남의 경우나, 5대 신도시 등은 부동산시장의 하락과는 반대로 더욱 차별화되어 고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도권의 서북부 지역은 인구유입효과로 인해 부동산가격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만약 당신의 거주지가 서울 의 강남이나 5대 신도시가 아니라면 계속 그곳에 높은 거주비용을 부담하며 거주해야 하는지,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거주용 부동산에 투자할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