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기자님, 제가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안철수 씨는 문재인을 향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어요.”
지난 달,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근무했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대선 토론에서 안철수 대표가 잘못한 부분도 있겠지만요. 안초딩, 갑철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이런 이미지들을 만들고 퍼뜨린 게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적어도 안 대표는 문재인과 민주당이 만든 최대 피해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순 피해망상으로만 치부하기엔 걸리는 것이 많은 말들이었으나, 별 다른 증거가 없어 금방 공중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원 ‘드루킹’이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에게 악의적인 ‘댓글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루킹 게이트’가 정국을 휩쓸고 있다. 이에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들은 “문재인 정권의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라며 입을 모아 총공세에 나섰다.
“(댓글조작 사건은) 국기문란, 헌정질서 파괴의 행윕니다.”
지난 18일 오전,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안 위원장이 경직된 얼굴로 답했다. 직전의 면접 내용,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 사건의 답변과는 다르게 발언 사이사이 긴 침묵이 장내를 휩쓸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론 조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댓글을 통해서, 또는 조작된 여론조사를 통해서, 사이비 언론의 가짜뉴스들을 통해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수사를 하며 드루킹 휴대폰이 100여개 나왔다고 합니다. 댓글조작 뿐 아니라 여론조사 조작에도 이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경이 수사를 시작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들은 국회 본청 계단 앞에 모여 ‘문재인 정권 인사 침사 및 댓글조작 규탄대회’를 열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초여름 날씨였다.
민트색 외투를 입고 결집한 이들은 ‘대선불법 여론조작 철저히 밝혀내라’라는 슬로건을 들고 땡볕에 섰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저도 대선 후보였습니다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 갑철수니, mb 아바타니 하는 걸 보고,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그 진실이 하나씩 하나씩 양파 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최대 피해자는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우리 안철수 위원장입니다!”
유 공동대표의 말이 끝나자 당원들 사이에서는 ‘맞습니다’, ‘문재인은 하야하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우리 현명하신 서울시민께선 지난 대선 당시 어떤 불법과 비리가 판을 쳐 안 후보가 이런 피해를 입었는지 똑똑히 헤아리셔서, 이번 지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줄 것으로 저는 기대합니다!”
이에 안 위원장도 “우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현 정권 핵심 세력들이 깊숙이 개입한 온라인 여론조작의 추악한 뒷모습을 같이 보고 있다”며 “몸서리 쳐지는 악독한 인터넷 테러들이, 과거 군사정권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야당 정치인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등산로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여 화답했다.
“아직 (청와대가 연루된) 확실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니죠. 수사도 제대로 시작한 게 없는데요. 쉽게 말해, ‘직접증거’는 없지만 ‘정황증거’가 넘쳐나는 상황이에요.”
이날 기자와 만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드루킹 결집’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했다.
“이건 일종의 도박이기도 하죠.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없고, 안철수 위원장이라도 당선돼야 하는데 김문수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도 별로 없잖아요? 도박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보자는 거죠. 저는 분명히 효과가 좋을 거라고 봅니다. 바른미래당에게는 좋은 '건수'에요.”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