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을 위해 5월 10일 국내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에도 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재벌그룹의 지배구조가 달려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 가운데 지배구조에 집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사오늘>은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대기업집단의 현 지배구조를 점검해봤다.
두산그룹은 ‘머리’ 역할을 하는 ㈜두산과 ‘허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두산은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통주 기준 45.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의 경우에도 14.27%를 가지고 있기에, 오너일가가 ㈜두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배당금은 1년 기준 약 482억 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인물은 박정원(6.96%) 두산 회장이다.
㈜두산은 지배구조의 시작점인 만큼 두산중공업, 오리콤, 디엘아이㈜, ㈜두산베어스, 두타몰㈜, 디아이피홀딩스 등 굵직굵직한 곳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산이 보유한 이들 자회사의 지분율은 ㈜두산베어스, 두타몰㈜, 디아이피홀딩스가 100%, 두산중공업과 오리콤 그리고 디엘아이는 각각 36.82%, 63.41%, 41.91%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회사는 두산중공업과 디아이피홀딩스다. 먼저 두산중공업은 특수관계인이란 이름으로 오너일가가 0.04%의 지분을 지니고 있다. 즉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율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36.84%의 주식을 통해, 휘하의 두산인프라코어(36.3%), 두산엔진(42.66%), 두산건설(77.8%), ㈜두산에이엠씨(100%), 두산큐벡스(28.79%), 디비씨(41.6%)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중간지주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탓인지, 자신의 휘하에 둔 계열사들의 부담을 공유했던 탓인지 재무상황은 불건전한 상태다. 이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2월 A-에서 BBB+등급으로 하향조정됐으며, 당장 1년 내 돌아오는 은행권 차입금도 1조5695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기업가치를 재고하고,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견고히 하기 위해 두산엔진을 매각한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 측은 두산엔진을 두산엔진사업회사(47.4%)와 두산엔진투자회사(52.3%)로 지난 3월 인적분할한 상태다.
이 가운데 매각되는 곳은 두산엔진사업회사다. 사들이는 회사는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으로, 매각대금은 822억 원 수준이다. 이는 불건전한 두산중공업의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 두산엔진투자회사의 경우 두산엔진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 10.55%와 함께 두산중공업에 흡수합병된다.
아울러 이번 매각 및 흡수합병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각각 신흥시장, 선진시장에서 중대·소형 건설기계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부문에 두산밥캣㈜는 ‘소형’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중간 지주사격인 디아이피홀딩스도 두산메카텍, ㈜네오플럭스, 두산로보틱스㈜, ㈜디에이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디아이피홀딩스가 보유한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100%, 96.77%, 85.61%, 75.51%다. 더불어 두산메카텍을 통해 두산건설㈜의 자회사인 밸류웍스㈜에도 39.1%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두산그룹에는 복잡한 지분 관계를 지닌 회사가 두 군데 정도 존재한다. 일례로 두산큐벡스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지닌 28.79%의 지분 외에도 지주사인 ㈜두산이 25.76%, 오리콤이 5.15%, 두산인프라코어가 21.77%, 두산엔진이 3.28%의 지분율을 기록하는 등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두산건설의 레져사업부문을 분사해 설립된 두산큐벡스는 현재 강원도 춘천시 소재의 라데나골프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산으로부터 IBS부문(FM사업부, BS사업부)을 영업양수 중에 있다.
또한 두산그룹이 두산분당센터 건설을 위해 설립한 디비씨㈜도 두산중공업(41.6%)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주사인 ㈜두산(18.7%)을 비롯해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13.2%), 두산건설(10.2%), 두산엔진(2.2%) 등이 출자를 마친 상태다. 현재 디비씨㈜는 두산건설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본 기사는 두산그룹의 2017년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