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이하 NDC)에서는 신임 경영진들과의 미디어 토크가 마련됐다. 자유로운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였던 만큼, <시사오늘>은 본래의 취지에 맞춰 재구성해봤다.
이정헌 대표이사(이하 이) “지난 1월 취임을 했지만, 긴 시간이 지나서야 인사를 드리게 됐다. 넥슨의 대표이사로서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대해 재미있게, 그리고 진솔하게 말해보겠다. 사원으로 입사해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넥슨의 많은 변화를 지켜본 구성원이다. 취임 후 넥슨의 발자취를 복기하면서 교훈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 전 개편됐던 스튜디오 체제도 그 일환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정상원 부사장(이하 정) “4년전 미디어 토크에 참여했었기에 신임 경영진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4년동안 많은 시도를 했다. 그 가운데 일부에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외부에서는 매출액으로 등수를 매기셨지만,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앞으로는 게임 자체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개발에 매진할 것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진행 중이다.”
강대현 부사장(이하 강) “넥슨에서 AI·데이터를 분석하는 인텔리전랩스와 라이브 서비스 부문을 맡고 있다. 넥슨이 지닌 여러 강점 중에 하나가 오랜 기간 온라인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 게임을 오픈했을 때, 고퀄리티의 라이브 서비스를 수행하는 역할이다.”
-넥슨 대표직을 맡으라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언제인가. 그리고 당시 심정이 궁금하다.
이 “지난해 12월 초 박지원 전 대표님으로부터 들었다. 처음 10초 정도는 정말 좋더라. 하지만 그날 밤부터 고민이 심해졌다.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임기 중에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어떡하지와 같이 말이다. 박 전대표님도 고생하라는 말만 해줬다. 이후 연차를 써서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박 전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정주 사장님(NXC 대표이사)으로부터 연락이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입사 후 처음으로 김 사장님과 따로 뵙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였다.
많은 주제에 대해 토론했다. 사실상 압박면접이었다. 처음에는 준비해왔던 정제된 답변들을 드렸지만,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다 보니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내가 회사 매출이 2조 원이 넘는 상황 속에 변화를 위해서는 AI(인공지능)나 IP(지적재산권)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답을 하자 매출액이 10분의 1, 혹은 20분의 1까지 줄어들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 임기 내 권한이 주어졌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맘껏 펼쳐보라고 독려하신 것 같다.”
-박지원 대표 이후 사원 출신 CEO는 두 번째다. 넥슨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가.
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소한 것에도 질문을 던지고, 많은 것들을 시도하는 사람이 강대현 부사장이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강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스펙보다는, 객관적으로 정말 일을 잘하는지에 대해 깊이 보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병역특례로 넥슨에 들어와 말뚝을 박게 됐다. 회사 내 어떠한 네트워크도 없었지만, 일을 잘한다고 인정해줬고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넥슨이 지닌 DNA다. 이 대표도 처음에는 많은 신입사원 중에 한 명이었겠지만, 객관적으로 일을 잘했던 사람이기에 대표직까지 오른 거 같다.”
-이정헌 대표와 강대현 부사장은 서로 직언해주는 사이라고 들었다.
강 “네오플 시절부터 같이 일을 했다. 네오플이 넥슨보다 규모가 작은 곳이었기에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지금도 함께 쇼핑을 하고 조언해주는 사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대표가 가진 큰 차별점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다. 나는 천성이 공돌이라 이 대표와 대화할수록 스스로 무디게 살아왔단 걸 느낀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있어 이용자들의 숨은 니즈를 발견하는데 탁월하게 작용했다.”
-박지원 전 대표의 평가와 상반된다. 박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재무를 담당해왔기에, 업무를 할 때 ‘사람’이란 변수를 제외해 냉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번에 대표가 된 이정헌 대표는 인간적인 것 같다.
이 “좋게 평가해줘서 고맙다. 사실 박 전 대표님과 크게 싸웠던 적이 두 번 정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많은 가르침을 주셨단 걸 체감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같은 해 입사를 했지만 나와 박 전 대표님은 걸어온 길이 전혀 다르다. 나는 오랜 기간 한국에서 라이브 서비스를 담당해왔다. 게임을 런칭하고,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한 명의 뛰어난 리더보다 전체 구성원의 협업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실제로 모든 구성원들이 게임을 어떻게 만들면 좋겠는지, 어떻게 운영하면 좋겠는지 함께 고민했을 때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넥슨에 모바일 부문에서 대형 신규 흥행작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는가.
정 “많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많은 분들이 똘똘한 것 하나 출시하는 게 좋지, 여러 개를 출시할 필요가 있냐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는 넥슨이 지닌 문화와 맞지 않다. 현재 우리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김정주 사장님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한다보니 세분화된 프로젝트가 많아졌다. 게임이란게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나. 따라서 스튜디오를 나누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PC게임시장이 너무 잘 되다 보니까,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는 시간이 늦었단 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여러 개의 게암을 준비하고 있기에,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정상원 부사장님의 말에 100% 동의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정 부사장님이 오시고 조직구조는 물론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나의 임무는 다양함을 유지하면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스튜디오의 개편도 다양성 추구의 일환이다.”
정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면 스튜디오 체제는 그들이 오랜 기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기 위해서다. 또 책임과 보상이 함께 간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결과에 따라 성공한다면 보상이 주어지니까, 이성을 현실화 해달라고 주문한다. 나도 각 스튜디오에 조언을 해 줄뿐이지 판단과 결정은 본인들의 몫이다.”
-흥행에 실패한 경우에는 어떻게 조언해주는가.
정 “기회를 주기 위해 독려하는 편이다. 마케팅이나 타이밍, IP 등 시장상황에 따라 게임이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게임을 런칭해봤던 개발자들이기에 두 번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기회를 주려고 하더라도, (개발자들의)좌절감 때문이었는지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넥슨의 역사에서는 실패를 겪었던 개발자가 다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 최근 이슈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네오플의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나치게 네오플에 의존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 “네오플의 실적은 한편으로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숫자다. 하지만 항상 정상이 있다면 내리막길도 있다. 사실 내리막길에 들어섰을 때를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 일례로 얼마 전에는 사내에 IP 중요성을 역설하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우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넥슨은 20여년동안 PC온라인게임을 라이브 서비스했던 회사고,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도 10년 동안 서비스 중이다. 여기서 우리가 강점이 있다고, 그리고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모바일, 콘솔, 그리고 미래에 등장할 플랫폼에 반영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에는 인텔리전스랩스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인텔리전스랩스란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것인가. 그리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강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박지원 전 대표님이 한 표를 던진 인텔리전스랩스로 최종 확정됐다. 인텔리전스랩스의 역할은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다양성, 창의성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게임 서비스를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해온 게 넥슨의 강점이다. 이 과정에서 분명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였을 것이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노하우란걸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구름처럼 날아가지 않나. 따라서 고도화하고 전문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이를 실행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연구조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5년 후 넥슨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
이 “5년 후 문화 면에서 그대로였으면 한다. 늘 다양성을 추구하고,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고 싶어하는 열정이 남아있는 그런 회사 말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얻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넥슨다운 게임은 무엇인가.
정 “유저들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넥슨이 다양한 게임을 내놓고 있다는 의견을 종종 내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궁극적인 희망을 말하자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에 수상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작으로 참여하고 싶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