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가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분위기다.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앓이'
산업은행 눈치 보는 대우건설, '우리한테 참 좋은데…'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은 향후 진행될 남북 경협에서 건설업계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이다. 남북 경협의 상징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후예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예상대로 두 회사가 최대 수혜주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사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영 투명성 요구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하면서 사업추진 동력이 양분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종속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화두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오너가(家)가 정의성 부회장이 높은 지분을 확보한 건설 계열사들의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에서 과거 현대건설을 무리한 가격으로 그룹에 편입시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일 지주회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 HDC그룹 출범을 알렸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순환출자 해소 압박에 따른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등 총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2년 안에 제거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모두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실정"이라며 "이를 노심초사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운데 남북 경협에 제대로 동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윗선'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눈치다.
대우건설은 건설업체 중에서도 남북 경협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등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로 떨어진 매출과 기업 신뢰도 등을 경협으로 제고하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실제로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아산 등 대형 건설사에 지방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통일포럼을 조직했을 때, 특히 대우건설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이를 탐탁지 않아 할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재매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남북 경협 특성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불똥이 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핵심 관계자는 "남북 경협 사업을 위해 여러 가지 안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다만, 산업은행이 비토를 놓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고, 규모도 큰 만큼, 산업은행이 부담을 느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GS건설·두산건설, 수서발 고속철도 비리 논란
남북 경협에서 건설업계의 주된 역할이 남북을 잇는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북한 내 발전설비 확충 등에 있다는 점에서 불이익이 예상되는 업체들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수서발 고속철도(SRT) 공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GS건설 현장소장, 두산건설 현장소장 등 관련자 1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심으로 돌려보냈다. 죄가 더 무겁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계약대로 공사를 시공한 것처럼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기망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며 "지급 받은 기성금 전부가 편취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은 공사대금 전액을 가로채려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 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바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 그것도 향후 남북 경협 과정에서 건설업계의 수혜가 예상되는 철도 관련 사업에서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린 셈이다. 남북 경협 본격 추진을 앞두고 터진 사안인 만큼, 양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철도 관련 사업에서 구설수에 오른 건설사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8개 건설사에 입찰 담합을 저질렀다며, 이들에게 총 43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중 현대건설은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지만, 지난달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공사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 담합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고, 피고(공정위)의 조치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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