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건설업계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남북 경협은 최근 국내 주택시장 불투명성 확대와 해외 수주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북한 내 각종 SOC(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발전설비 확충, 산업단지·물류센터 조성 등 새로운 성장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인프라 시장 규모만 44조 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골드러시'가 예상된다. 실제로 몇몇 대형 건설업체는 벌써부터 남북 경협을 대비해 북방사업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남북 경협 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참여해도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역량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구석이 하나 있다.
2015년 8월 15일 국내 건설사들은 광복절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아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의 4대강 사업 입찰담합 혐의에서 벗어났다. 국민경제에 수조 원 가량의 피해를 입힌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박근혜 정부가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건 '대가'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업체 사장들은 사회공헌기금 2000억 원 출연을 약속하며 제발 용서해 달라고 국민과 정부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광복절 특사 이후 이 같은 대국민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수천억 원을 약속했는데 모인 돈은 수십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업체들은 사회공헌기금을 낼 돈은 없다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수십억 원을 헌납하기도 했다.
이들의 변명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었다. 업계 모두가 참여해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회사로서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강영국 대림산업 사장은 "당시 기금 출연에 대해 유보적이었다"고 말했다.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는 뒷전인 채,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과 다름 아닌가 싶다.
남북 경협은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초석으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한 사업이다. 나아가 한반도,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게 이 같은 역사적 사업을 맡겨서야 되겠는가. 챙길 건 다 챙기고 나중에 다른 말하는 기업들이 과연 남북 경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세계 평화는커녕 세계적으로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는 법이다. 건설업계는 국민과의 오랜 약속부터 먼저 지켜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남북 경협에 참가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우롱하는 기업들이 민족사업으로 돈을 벌어서야 되겠는가. 그야말로 정의롭지 못한 결과다.
건설업계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도 남북 경협을 진행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교통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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