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내용을 담은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으면서 2기 신도시 민심이 들끓고 있는 모양새다. 2기 신도시 대다수가 택지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조성이 본격화된다면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도시연합회는 '정부의 3기 신도시 카드 즉각 철회 및 운정신도시 살리기, 운정신도시 입주민 입장발표 개최식'을 열고 △3기 신도시 카드 즉각 철회 △운정신도시 내 대기업 유치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3기 신도시 카드를 결사반대한다"며 "운정신도시 조성 당시 약속했던 인프라, 광역교통망 확충 등이 아직도 미흡해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이런 마당에 다른 신도시에 예산이 투입되면 우린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말했다.
운정신도시의 한 입주민은 "아침마다 광역버스에 자리가 없어 1시간 이상 정류장에서 기다린다"며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창 올랐던 집값도 1~2주 사이에 많이 떨어졌다. 2기 신도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3기든, 4기든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파주 목동동에 위치한 M아파트(전용면적 59.99㎡)는 지난 8월에는 2억2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9월 말 2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W아파트(전용면적 118.4664㎡) 역시 2000만 원이 빠졌다.
김포 한강신도시 사정도 비슷하다. 경기 김포 장기동 K아파트(전용면적 59㎡)는 지난 8월 약 3억 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나, 지난 9월 말에는 2억7000~80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H아파트 역시 연초 매매가가 3억 원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2억6000~7000만 원선이다.
한강신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9월 초까지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이달 들어서는 전화가 뚝 끊겼다"며 "집을 내놓은 사람들도 얼마에 팔아야 할지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신혼부부나 투자자들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포 지역 내 한 주민은 "최근에 지역 조합아파트를 분양 받으려고 조합원에 가입했는데, 이후 바로 3기 신도시 조성 대책이 발표됐다"며 "빠지겠다는 조합원들이 생겨서 지금 애를 먹고 있다. 나도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앞서 이성호 양주시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2기 신도시인 양주 지역 활성화로 주택공급을 추진해 달라며 "2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접근성 강화 대책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한 2기 신도시 내 주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건 3기 신도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들의 입지가 2기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신도시 4~5곳과 중소규모 공공택지 25~26곳을 조성,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광명, 과천, 하남 등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반면,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양주 등 2기 신도시는 애초부터 서울 강서·강북권(판교, 동탄, 위례 등은 서울 강남권) 주택 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베드타운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마저도 완전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2기 신도시 개발 완료율은 16%에 그친다. 민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위의 한 관계자는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걸 여러 루트에서 듣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조성에는 시간이 꽤 들어가는 만큼, 이 과정에서 2기 신도시에 대한 대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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