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갈림길마다 멘토가 있어 나도 박사까지 했다"
"투명하고 성실한 단체엔 과감한 실질적 지원 필요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이게 어제(7일) 충북지부에서 1주년을 기념해서 연 자체 행사입니다. 지역 국회의원, 시장에 교육감까지 모두 오셨더라고요. 아주 성황을 이뤘습니다. 아이들이 이 기뻐하는 표정들을 보세요."
사단법인 빅드림의 주용학 대표는 기자에게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아이들 이야기처럼 기뻐했다. 최근 청소년 범죄 증가 등으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는 이미 8년도 전에 청소년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가 이끄는 '빅드림'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상대로, 멘토링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펴 왔다. <시사오늘>은 '빅드림'의 활동과 그 배경을 듣기 위해 8일 여의도 빅드림 사무실에서 주 대표를 만났다.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 고향은 충북 제천의 한 시골이다. 어려서부터 등록금을 제 때 낸 적이 한번도 없었을 정도로 집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사 공부까지 하게 됐다. 돌이켜 보니, 어렵고 힘든 시기에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멘토들이 있었다. 고민과 갈림길에 있을 때 희망을 심어주는 분들이 꼭 계셨던 거다. 그렇지 않았던 순간은 어려웠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공업고등학교를 진학할까 말까 하는 갈림길이 있었다. 막 생긴 국립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유혹이 있어서다. 밭 한 구석에 서서 아무와도 상의할 수 없이 혼자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어린 마음에도 '나중에 나처럼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게 8년전에 사랑나눔전국네트워크라는 봉사단체를 설립한 계기다."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빅드림'은 봉사단체가 아닌 사단법인단체다.
"처음 봉사단체는 장애인 가정,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들 등을 돕는 일을 약 3년간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조언하기를 '사단법인을 만들면 더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해서 법인으로 출발했다. 올해가 5주년이다. 나는 빅드림의 출범으로 어렸을 때의 꿈을 일차적으로 이룬 셈이다. 돈을 벌거나 출세하는 것보다 앞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그릇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래서 공공기관서 상임이사를 맡았을 때나, 비상근대표로 있을 때도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제 지금은 상임대표로 다시 복귀해서, 청소년 관련된 일에 전념하는 중이다."
-봉사단체를 이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2001년에 처음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키캠프를 개최했다. 그 때 예산이 약 2천만 원 정도가 소위 '펑크'가 났었다. 3천만 원을 후원해주기로 했던 기업은행이 예산이 부족해서 천만 원밖에 해주지 못한 거다. 그래서 내가 어찌어찌 5백만 원, 우리 청소년 위원장이 어디선가 5백만 원을 구해왔다. 그리고 기업은행에 간신히 추가예산 천만 원을 더 지원받아 한달 후 숙박비를 정산해줬다. 남들은 캠프 행사를 열면 '얼마가 남을까'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적자날까'하면서 행사를 했다. 하하. 그래서 항상 만 원의 기부금을 10만 원의 가치로 써야한다고 우리끼리 늘 독려한다."
-그래도 보람을 느끼지 않나.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봤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이 짜릿하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하는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누군가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에 와서 졸기만 하고, 재미없어 하던 아이들이 서로를, 우리를 안아주고 가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하다. 멘토링이나 캠프를 거쳐간 아이들이 '취업했습니다''어디 잘 들어갔습니다'하는 연락이 오면 내 자식이 들어갔을 때보다 더 기쁘다. 멘티로 참여했다가 멘토로 자원해서 돌아온 친구도 있다."
-빅드림의 향후 비전은 뭔가.
"주로 우리가 손을 내미는 마이스터고등학교나 비즈니스고등학교 아이들의 우상은 한국의 기술 명장들이다. 지금 우리가 한국품질명장협회와 MOU를 체결했다. 명장들을 아이들에게 멘토로 연결해주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인생의 목표를 만들어줘야 해서다. 꿈을 이룬 명장들도 새로이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하는 꿈을 꾼다. 나는 이러한 일들을 꿈너머 꿈이라고 부른다. 우리 빅드림에도 꿈 너머 꿈이 있다. 더 큰 단체로 도약하고, 더욱 전국적인 빅드림이 되는 거다. 지금껏 우리가 수도권에 있는 학생들, 그리고 충북 일부에 있는 아이들만 도울 수 있었는데, 지부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찾게 되지 않겠나. 그렇게 토종법인인 빅드림이 나중에는 뉴욕, 상하이, 도쿄 등으로 지부를 뻗어나가 글로벌 시민단체가 됐으면 한다. 유니세프나 월드비전처럼, 우리도 세계적인 시민사회단체를 가질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선 사회공헌이 일반화돼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존경받는 사회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OECD 국가 중에 사회공헌활동에 우리처럼 규제가 많은 곳이 없다. 정부가 살피지 못하는 곳을 채워주는 게 우리같은 시민사회단체 아닌가. 그런데 청소년지도사는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되어있는 반면, 인건비 보조가 전혀 안돼 단체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기업들에겐 기부나 후원활동을 문제삼고 혜택도 없으니 후원이 위축된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운영중인 국립청소년수련원 6개 기관의 운영비, 신축수련원 건립비용을 충당하느라 예산이 없어 우리같은 청소년단체 운영에는 실질적 도움이 못 되는 상태다. 문을 닫으면 간단하지만, 이제 1년에 우리를 통해 장학금 혜택을 받든 캠프에서 좋은 경험을 얻던 2천, 3천명의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투명하고 열심히 하는 곳에는 과감하고 실질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좌우명 : 행동하라
아낌없이 자신을 드리는 분이 있기에 더 많은 청소년들이 더 큰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뤄가는것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