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반격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른바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자, 사립 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법적 조치를 준비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한유총 측에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속도감 있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유총, 무시하기 어려운 ‘거대 조직’
1995년 출범한 한유총은 전국 약 3300곳의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 등을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이다. 전국 사립유치원(4282곳)의 약 77%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셈이다. 이런 ‘거대 조직’이다 보니, 교육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섣불리 이들의 뜻을 거스르지 못했다.
한유총이 처음으로 ‘실력 발휘’를 했던 시기는 2002년이다. 이때 한유총은 단설유치원 신설이 예산 낭비를 부추기고 사립유치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면서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단설유치원은 단독 건물을 갖춘 국공립유치원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아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공급은 부족한 유치원으로 분류된다.
2012년 누리과정 도입 때는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사립유치원 운영비 등은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반박해 좌절시켰다. 2016년에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가 철회했고, 2017년에도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반대하고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다 여론이 악화되자 물러서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단체 행동을 통해 정부의 ‘국가 단위 유치원 평가’를 보이콧하고, ‘5개년 유아교육발전 기본기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세미나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 등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해법은 ‘속도전’과 ‘꾸준한 관심’
이처럼 한유총이 ‘힘’을 내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집단 휴업’ 카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런 사안에서 소위 여론이라고 하는 국민들은 제3자일 수밖에 없다”며 “유치원이 파업을 하면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여론보다는 학부모들 뜻에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치원생 자녀를 둔 A(34) 씨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부천에 있는 비리유치원은 이제 아이들을 받지 않고 유치원 문도 닫아버리겠다고 학부모들한테 통보했다는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도 그러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학부모들에게는 피해가 없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규모가 큰 집단인 만큼, 정치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면 (박용진 의원을 제외한) 어떤 누구도 이 싸움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유총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곳이라 적으로 돌리면 총선에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앞선 대학교수 역시 “뭘 바꿔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내년까지는 가시적인 뭔가가 나와야지, 총선이 다가오면 나서기는커녕 도와주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속도감 있는 개혁을 주문했다. 또 “정말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론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주시하고 압박해야만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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