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세월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와 주택청약 제도는 그 내용을 공부해야 할 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된 이 두 제도는 날이 가면 갈수록 우리와 유리되었고, 그로 인해 들여야 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해 왔다.
대학입시와 주택청약의 공통점 중 하나는 쉽고 단순했던 내용이 나중에 수정되고 보태지다 보니 ‘난수표’가 돼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됐다는 점이다. 대학입시와 주택청약 제도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변화를 반복해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은행에서 청약통장을 만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1순위가 돼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수 있었다. 대학 입시도 교과서 중심으로 출제되는 학력고사를 한 번 치르면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컨설팅을 받아야 할 정도로 대학입학과 주택청약이 복잡하고 어렵게 돼 있다.
우리의 대입제도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입학전형은 조합하면 1천 가지가 넘고, 진학지도 교사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입시철마다 복잡한 ‘입시 난수표’를 꿰맞추느라 많은 국민이 몸살을 앓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대입제도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골탕을 먹고 비용도 늘어난다. 시간당 수십만원을 내고 입시 컨설팅을 받는 이유도 복잡한 입시전형 때문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입시제도라면 마땅히 재검토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대학 캠퍼스에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대다수 학부모는 대학입시의 각종 용어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다.
교육당국과 대학들이 대입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대입 수요자들의 체감지수와는 격차가 너무 크다. 교육당국이 입시 간소화에 나서는 걸 보면 대입제도가 복잡하기는 복잡한 모양이다. 한국 입시제도는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블랙코미디였다.
주택청약 제도를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갈수록 촘촘해지는 제도는 일종의 ‘난수표’가 돼 있다. 무주택 기간을 계산할 때 변수가 많아 본의 아니게 청약가점을 잘못 계산해 부적격자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얼마나 난해하고 복잡하면 주무 부처인 국토부 공무원들조차 “헷갈린다”고 했겠는가.
내용을 다 읽어보고 청약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 2만1804건 가운데 1만4497건이 단순 실수가 원인이었다. 부적격자 3명 중 2명이 복잡한 청약가점 계산 방식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세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난수표 같은 주택청약제도 탓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주택청약 시스템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책임을 전적으로 청약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러니 서민들을 위한 안정된 주택공급이라는 청약제도의 본래 취지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간단한 사항만 넣으면 청약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네 삶의 목적이 마치 대학과 집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대학 진학과 집 구입에 쏟는 에너지와 비용이 엄청난 것이다. 젊은이들이 힘든 건 전적으로 기성세대 탓이 크다. 국민의 삶을 혼란스럽고 어렵게 하는 규정과 제도는 또 하나의 적폐다. 국민과 유리된 규정과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 삶의 수단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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