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유한양행은 이달 초 1조4000억 원이라는 상당 규모의 의약품 기술 수출을 이뤄냈다. 국내 제약업계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며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린 것.
대한민국 제약사의 한 획을 그은 유한양행의 사령탑 자리에는 이정희 대표가 있었다.
이 대표는 1978년 유한양행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사원부터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아온 그는 2015년 대표에 선임된 이후 유한양행의 시스템적으로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취임 이후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기술 벤처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으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실제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2015년 715억원에서 2016년 852억원, 2017년 1016억원으로 2년 만에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은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개발 비용으로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3755억 원,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0.3%, 77.3% 감소했다.
2014년 매출 1조 원 달성 후 꾸준히 성장해온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혁신형 리더십이 기술수출과 의약품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며 부진을 털어내고 큰 성과를 냈다. 뚝심있는 철학으로 유한양행의 신(新) 성장동력을 이끈 것이다.
최근 유한양행은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 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단계 신약 라이선스·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과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 유한양행은 국내 개발·상업화 권리를 갖는다. 두 회사는 내년 중 레이저티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시작할 방침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이번 기술수출의 계약금은 5000만 달러(561억 원), 기술이전료 12억500만 달러(1조3255억 원)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기술 수출 규모로 지난 2015년 7월 한미약품이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8500억 원(약 7억3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을 계약한 기술 ‘올무티니’(한국명:올리타)를 넘어선 금액이다.
유한양행이 이 금액을 4분기에 받게 될 경우 올해 매출은 크게 뛸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부진에서 벗어나 1조4000억 원 매출 달성을 이루는 셈이다.
이 대표는 “얀센의 폐암 및 항암제 연구개발 전문성을 고려할 때 얀센은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유한양행은 양사간 협업을 통해 폐암으로부터 고통 받는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선견지명’이 통했다고 평한다. 실제 그는 매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취임 초부터 신약개발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R&D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레이저티닙과 같은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들여오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2015년 10개에 불과하던 파이프라인은 현재 25개까지 늘었다. 레이저티닙과 같은 항암제 관련 후보물질만 11개에 달한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충원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5년 198명이던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인력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244명까지 늘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현장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매주 중앙연구소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로서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연구개발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발걸음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소홀하지 않는 이정희 대표. 그가 이끄는 유한양행이 또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좌우명 : 한번 더 역지사지(易地思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