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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신맛] '빙그레 귤맛우유', "맛이 왜이래?"…기본기 없는 사상누각
2018년 12월 03일 16:00:58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맛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맛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올해 초 한 제과업체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당시 해당 업체가 출시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린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를 접하고 이 같이 항의했다. 그렇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누구에게는 맛있고, 또 다른 누구는 맛이 없을 수 있다. 개개인의 맛 평가를 객관적인 양 기사화를 했으니, 이제 와서 떠올리면 그의 항의가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주관적인 맛 평가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보고서', 줄여서 '지주신맛'이다. 지주신맛은 식음료업계에서 갓 출시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기자의 주관적인 맛 평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주신맛은 기업의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고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빙그레 귤맛우유', 길에 발자취가 괜히 없을까

   
▲ 빙그레 귤맛우유 제품 전면 ⓒ 시사오늘

빙그레는 지난달 '귤맛우유'를 지난달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귤을 사용해 만든 가공유로 기존 제품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맛을 즐길 수 있고, 높은 원유 함유량으로 신선하고 풍부한 우유의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빙그레의 설명이다.

호기심은 생겼지만 제품을 맛보기 꺼려졌다. 어렸을 적 코티지치즈(데운 우유에 식초, 레몬즙 등 산도 높은 재료를 섞어 굳혀 만든 치즈)를 가끔 만들어 먹었는데, 레몬이 없어서 감귤을 대신 넣었더니 입맛만 버린 추억이 떠올랐다. 우유와 감귤은 궁합이 맞지 않는 식재료라는 걸 혀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주신맛은 계속돼야 한다. 특히 이런 생소하고 신기한 제품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더욱 분명하게 맛 평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뭇머뭇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감귤우유 하나를 구매했다. 가격대는 1300원(240ml), 바나나맛우유와 똑같다.

   
▲ 빙그레 귤맛우유 제품 측면에 적힌 원재료, 영양정보 ⓒ 시사오늘

겉모습은 참 먹음직스럽다. 빙그레 특유의 디자인 '단지' 용기에 주황색 빛깔의 우유가 가득 담겨있다. 칼로리는 187kcal로, 바나나맛우유(210kcal)에 비해 살짝 가볍다. '감귤과 바나나의 차이인가'라고 생각했는데, 포장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결정적인 건 원재료 함량의 차이였다.

바나나맛우유의 원유 함량이 85.715%인 반면, 감귤우유는 70%에 불과하다. 또한 바나나맛우유에는 바나나(인도산)과즙이 1% 들어갔지만, 감귤우유에는 제주감귤농축액이 0.05% 포함됐다. 우유도, 과일도 더 적게 들어갔는데 어찌 가격은 똑같은가, 감귤이 바나나보다 엄청 비싼가, 먹기도 전에 속은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감귤처럼 산도 높은 과일이 우유와 합쳐지면 자칫 살균과 유통 과정에서 치즈처럼 응고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유도 적게, 감귤도 적게, 대신 물(정제수)을 많이 탄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제품을 출시해야 하나'라는 의문도 살짝 들었다.

그래도 맛은 괜찮겠지 하고 제품을 개봉했다. 색깔을 보기 위해 투명한 컵에 우유를 살짝 따랐다. 단지 용기에 들어있을 때는 주황색 빛깔이 또렷하게 보였는데, 컵에 따르니까 색이 확 죽는다. 주황색이라기보다는, 노른자와 흰자에 물을 잔뜩 탄 계란찜용 계란물 느낌이었다.

   
▲ 달걀 노른자, 흰자를 풀어 물을 섞은 계란찜용 계란물에 가까운 색감이다 ⓒ 시사오늘

다시 상단 껍데기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닫고, 노란색 빨대를 그 위에 꽂는다. 역시 빙그레 우유는 빨대를 이용해 마셔야 제맛이다. 한 모금 쭉 빨자 달콤한 우유가 입안에 들어오면서 상큼한 감귤 냄새가 코를 감싼다. 시원하고 달달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혀에서 감귤맛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바나나맛이 느껴졌고, 이윽고 떫은맛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지?

앞서 거론했지만 우유와 산이 만나면 응고가 된다. 응고된 덩어리에는 우유의 고소함이 응축되지만, 남은 액체는 향미와 맛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떫은 맛도 생긴다. 감귤우유에서 느껴진 미세한 떫은맛은 바로 이것으로 보인다.

바나나도 감귤 못지않은 산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바나나맛우유가 대중화된 이유는 바나나과즙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합성향료(바닐라향)로 충분히 바나나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감귤우유에서 느껴진 바나나맛은 바닐라향이 아닐까 싶다.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돼 버린 이유다.

   
▲ 빙그레 우유는 목욕탕에서 빨대를 꽂아 먹어야 제맛이 난다 ⓒ 시사오늘

아침식사에 곁들여 오렌지 주스와 우유를 주로 마시는 미국, 유럽 등 서구 유통업계에서는 시트러스 계열 과일과 유제품을 섞는 시도를 몇 차례 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제품이 출시돼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다.

물론, 빙그레가 귤맛우유를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시한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시트러스와 우유를 섞은 우유가 세상에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길에 발자취가 괜히 없으랴. 귤맛우유, 실험에 집중하다가 기본기가 흔들려 버린 사상누각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별 5개 만점)

빙그레 '귤맛우유' ★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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