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강남에 이어 마곡지구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3년 전 공급과잉 우려에도 LG, 롯데 등 대기업들의 입주러시로 상승세를 타 '10억 타운'이라 불렸던 불패신화가 거래절벽에 부딪혀 제동에 걸린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마곡지구 아파트 거래는 뚝 끊겼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서 마곡동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월 54건, 9월 28건, 10월 13건, 11월 0건을 기록했다. 특히 9~11월 간 거래량은 전년 동기(67건) 대비 38.80% 가량 줄었다.
가장 활기차야 할 가을 이사철임을 감안하면, 설사 신고되지 않은 계약이 있다고 해도 무척 낮은 거래량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는 하락세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전용면적 59.9825㎡)는 지난 8월 9억7900만 원(9층)으로 거래됐으나, 지난 10월에는 3200만 원 떨어진 9억4700만 원(8층)에 매매됐다. 또한 지난 8~9월 10억 원대에 거래됐던 마곡엠밸리8단지(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9억9000만 원(2층)에 팔렸다. 마곡엠밸리14단지에서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9억5000만 원(84㎡)에 거래가 2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저층임을 감안해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0억 원이 뚫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마곡지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가장 노른자위에 있는 마곡엠밸리7단지에서도 최근에 10억 원대 급매가 나온 걸 봤다"며 "12억~15억 원으로 호가가 유지되고 있는 단지인데 요즘 잘 팔리지 않으니까 가격을 여러 차례 내리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거래량도 적지만 지금은 물건 자체가 거의 안 나온다. 그간 집값이 급등한 것에 대한 기대심리와 아직 여러 호재들이 있으니까 기본적인 호가는 고점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솔직히 언제까지 (높은 호가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이는 다른 서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과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한 집값 하락세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곡지구의 경우 지역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선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마곡지구에 몇 년 새 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연이어 공급되면서 직주근접 수요자들 대부분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공급과잉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느냐"며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아서 집값이 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조만간 호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역 관계자도 "올해 연말 들어 오피스텔과 상가 분양이 많이 늘었는데, 아직 준공된 건물 중에서도 입지가 안 좋아서 공실로 남아있는 곳이 적지 않다"며 "실거주 목적은 몰라도, 투자 목적, 특히 오피스텔이나 상가 투자는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마곡지구는 한때는 저평가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고평가됐다고 봐야 한다. 거품이 확실히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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