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국내 기업들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업체는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선택해 투자를 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업체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맞불을 놓기도 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어떤 강점과 약점, 그리고 어떤 기회와 위기가 있을까. <시사오늘>은 'SWOT 기법'(S-strength 강점, W-weakness 약점, O-opportunity 기회, T-threat 위협)을 통한 기업 분석 코너 '기업's 왓'을 통해 이에 대해 짚어본다.
S- 인테리어 사업 ‘캐시카우’
백화점 사업에만 집중하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리빙·인테리어 사업의 확장에 성공하며 관련 사업이 그룹 내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 건축자재 전문기업 한화L&C를 인수해 현대L&C로 사명을 교체했다.
현대리바트 등 가구·인테리어 업체를 거느린 현대백화점이 한화L&C를 사들이면서 단숨에 국내 종합 인테리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한화L&C는 2014년 한화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인조대리석과 창호, 바닥재 등 건자재를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한화L&C(1조636억 원)와 현대리바트(1조4106억 원)의 합산 매출은 2조5000억 원에 달해 기존 업계 1위였던 한샘(1조9738억 원)을 크게 앞섰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리빙·인테리어 사업 부문에 공 들여왔다.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해 5년 만에 외형을 두 배로 키운 데 이어 미국 프리미엄 소품 브랜드인 윌리엄스소노마를 국내에 들여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존 가구와 소품 사업과 인조대리석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뒤 ‘종합 인테리어 시장’ 왕좌를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자사가 보유한 유통, 패션과 함께 리빙·인테리어 부문을 그룹 3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과 홈쇼핑, 현대리바트 대리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한화L&C와 현대리바트 유통망을 일원화해 원자재를 수직 계열화하는 등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19조4000억 원이었던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020년 41조5000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W- 실적 개선·온라인 경쟁력 無
오프라인 시장 침체기에 기업의 온라인 사업 확장은 필수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대백화점이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롯데·신세계와 함께 ‘유통 빅3’로 불리지만 두 기업에 비해 온라인 사업 경쟁력이 뒤쳐지는 건 사실이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두 기업과는 다른 노선을 취해왔다. 현대백화점은 이커머스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해 매출을 견인하겠다는 롯데·신세계와는 반대로 오프라인 운영을 중심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현대백화점의 유통전략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일 분야 판매에 특화된 현대백화점만의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펼쳤다.
물론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 ‘Hmall’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오프라인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되며, 온라인 사업만의 독자적인 뚜렷한 색채를 가지고 있진 않는 상황이다.
올해 백화점의 실적 개선이 더딘 것도 염려해야할 부분이다. 현대백화점 3분기 연결 및 별도 매출은 각각 4.2%, 3.5% 증가했으나 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1.6%, 0.6% 감소했다.
이는 지난 2·3분기 매출이 지난해 보다 증가했으나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올 1분기 실적 저조가 3분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9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0% 증가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25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6.9% 감소했다.
또한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582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1% 증가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8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다.
O- 오프라인 채널 자신감
지금까지 오프라인 사업으로 내실을 다져온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점은 또 하나의 기회로 적용된다.
면세사업은 정지선 회장의 야심작인 만큼 업계 안팎에선 유통 3강 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지난 11월 1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 시작과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면세점은 2019년 매출 목표액을 6700억 원으로 설정했으며, 2020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면세점은 국내 기존 면세점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신규 면세점만의 신선함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위치한 강남 코엑스 단지 일대는 관광 인프라나 접근성, 향후 발전 가능성 면에서 면세점 운영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코엑스 단지는 전시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카지노, 코엑스몰(쇼핑몰), 백화점은 물론, 한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SM타운 등이 들어서있다.
현대면세점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SM타운과 한류를 찾아 방한하는 외국인 개별관광객 전용 관광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기존 면세점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MICE 관광특구·한류 중심·의료관광 메카 등의 풍부한 인프라와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활용할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도 증진시켜 면세점 산업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T- 한발 늦은 신사업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에서만 매출 1조 원 돌파를 확신했지만 기존의 쟁쟁한 면세점들과의 ‘무한 경쟁’은 위협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업계 선두권인 롯데와 신라가 안정적으로 주도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신세계가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싹쓸이하며 업계 3위에 올라섰다.
그 결과 신세계는 13% 가량이던 국내 면세점 점유율을 단숨에 20%대로 끌어올리면서 24%대인 신라를 바짝 쫓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후발주자들의 기세에 선발주자들의 순위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와 신라는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아직 불씨가 다 꺼지지 않은 중국의 사드 리스크도 염두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면세점이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었지만 중국 고객이 주를 이루는 만큼 대내외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험적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면세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현대면세점이 중국 정부의 규제, 경쟁력 갖춘 브랜드 도입, 강북 고객을 강남으로 끌고 올 수 있는 관광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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