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수익 하락에 폐업률 증가로 고전하고 있는 편의점업계가 내년에는 근접출점 제한 제재까지 겹쳐 내실다지기에 본격 돌입한 분위기다. 또 매물로 나와 있는 미니스톱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2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상승·과다 출점 경쟁 등으로 ‘이중고’를 겪어왔다. 개업한 편의점의 수는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 폐업률은 높게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의 편의점 폐업점포수는 1900개로 지난해 폐업 점포 수 1367개를 뛰어 넘었다.
이처럼 업체들은 점포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실 다지기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도 편의점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든만큼 점포 내실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달 초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편의점 업계의 근접 출점 자제 방안이 담긴 자율규약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100m 거리 안에서 새로운 편의점 점포를 열 수 없도록 했다. 동일 브랜드 간 250m 거리 안에서 출점을 제한하던 기존 방안을 타 브랜드까지 확대한 셈이다.
서울시도 내년 3월부터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100m 이상으로 확정하고 자치구에 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담배 소매점 규제로 편의점 신규 출점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구에서 담배 소매인간 영업 거리를 50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업체마다 기존 점포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CU는 개점 점포 기준을 강화했다. CU에 따르면 신규 점포 예상 매출과 점주의 예상 수익의 기준을 기존보다 15% 상향 조정했다. 또 영업팀을 신규 점포 예상 매출 검증에 투입하는 등 검증을 4단계로 확대했다.
GS25는 매출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주 전국 점포의 판매 데이터 분석 자료와 서비스 진단 통합 지표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 점포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무인화 점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울산 롯데시티호텔 1층에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4호점을 열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자판기형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인공지능 결제로봇인 ‘브니’를 잇따라 선보였다. 인건비 부담을 줄여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은 매출 총수익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배분하는 모델로 가맹점의 수익이 높아야 가맹본부의 수익도 높아지는 구조”라며 “개점이 감소하더라도 기존점의 상권 보호와 신규 가맹점의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미니스톱 인수전이 업계 지형을 변화시킬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편의점업계 4위인 한국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은 지난달 20일에 마감됐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 글랜우드PE가 인수전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니스톱 몸 값은 초반 미니스톱 매각가를 3000억 원 초중반에서 4000억 원 이상까지 뛰었다.
신세계는 3500억 원 이하, 글랜우드PE는 4000억 원 이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4300억 원을 배팅했다. 입찰 참여 회사중 최고가인 만큼 업계 안팎에선 롯데를 가장 유력한 후보고 꼽고 있다.
예상대로 롯데가 미니스톱 흡수에 성공한다면 세븐일레븐 매장은 기존 9548개(10월 말 기준)에서 매장 2500여 개가 추가된다. 그렇게되면 총 1만2081개로 늘어 단숨에 CU(1만3109개) 및 GS25(1만3018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시장 과열로 편의점 업체들이 수익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편의점은 5년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이 다 끝나면 다른 편의점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더라도 고수익을 내는 점포를 지켜내지 못하면 손해만 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특히 현재 업체마다 고수익 점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전반적으로 편의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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