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 박 감독의 이 한 마디는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외교관 수십 명 몫을 혼자서 해냈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건 그의 연륜과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각종 국제대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며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박 감독이 사랑 받는 것은 선수들을 조련하고 이끄는 지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에 더해 겸손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언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바른 말글을 사용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겸손과 배려의 말로 애국하는 박항서 감독과 달리,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 이른바 ‘갑질 발언’으로 요즘 설화(舌禍)를 겪는 정치인이나 기업 오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잘못 내뱉은 말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이해찬 대표가 베트남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남성들이 결혼 상대로 베트남 여성을 선호한다”라고 말해 여성들을 마치 상품처럼 표현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에는 “독재자가 필리핀을 통치하는 바람에 제일 못사는 나라로 전락을 하고 말았다”는 필리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은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가 곤혹을 치렀다. 윤 회장은 결국 사과를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20대 남성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역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상 20대 남성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가벼운 농담의 말이라도 상대를 가려서 해야 한다. 하물며 사용자와 고용인의 계약 관계로 형성된 건설 공사현장에서 오가는 부적절한 언어행위는 자칫 ‘갑질’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3시30분까지 집합” “늦으면 초당 1000원” “현장 퇴출할 1호로 선정한다” “억울하면 계약특수조건 봐라” 건설 공기업 LH의 40대 간부 직원이 지난해 하도급 업체 현장 감독들에게 보내 말썽을 일으킨 카톡 문자다. LH 직원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만 평소 현장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개에게 물린 사람은 반나절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람의 말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말이란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한 무기라는 뜻이다.
신중한 언어사용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말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생활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말과 글에는 평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인식 수준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