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1970년대 고향 마을에서는 전기 시설 여부가 단연 화젯거리였다. 호롱불을 켜서 생활하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자 많은 것이 편하게 변해 갔다. 전기가 예전 시골에서 생활의 편리를 가름하는 척도였다면, 지금 도시생활에서는 교통망 확충 여부가 주거의 편리를 재는 척도가 돼 있다.
역세권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교통망은 거주지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특히 전철이 언제 개통되느냐에 따라 신도시 성공이 판가름 날 정도다. 인적 물적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교통망 확충이 신도시 조성에 선결 조건이 돼 가고 있다.
국내 건설업은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올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은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지만, 국토부의 신규사업 예산은 절반 이하로 줄면서 건설사의 먹거리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현상이 심해져 신규 인력 수혈마저 점점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은 건설사에 호재(好材)로 다가온다. 대규모 개발계획은 건설업을 활성화하고 연관 산업을 촉진시키며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신도시 조성은 주택 수요를 완화하며 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몇몇 신도시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자족기능도 떨어지고 서울과 거리가 멀어 베드타운(Bed Town) 역할마저 못하는 곳이 있었다. 여기에는 서울을 오갈 수 있는 교통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가장 컸다. 서울 집값에 부담을 느껴 수도권으로 이주하려 해보지만 교통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신도시를 새로운 거주지로 선택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 입지가 발표된 이후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양주 왕숙지구는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는 지역인데, 이곳 주민들은 신도시 조성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교통망 구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교통망 구축이 제1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행인 것은 이번 3기 신도시 지역은 서울의 경계에서 약 2km 거리에 있어 1, 2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이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또 정부에서 구체적인 광역교통망을 제시하며, 이를 우선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기 신도시는 주택공급 확대와 더불어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중추를 놓아 수도권 일대 교통 문제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임이 분명하다. 이는 ‘선(先) 교통망 확충, 후(後) 개발’이 실현될 때의 이야기다. 자칫 입주와 광역교통망 확충 시기가 엇갈린다면 주택시장 안정은커녕 인구집중으로 교통지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도시로 조성된 판교와 마곡이 지족도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제1 요소는 ‘도시의 혈맥’인 교통의 원활한 흐름일 것이다. 판교는 강남과 인접한 데다 교통여건이 좋고, 마곡 역시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는 물론이고 공항과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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