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 대해 남양유업이 사내유보금을 늘려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맞섰지만 속사정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남양유업은 '배당 관련, 국민연금 주주제안에 대한 남양유업 입장자료'를 내고 "배당을 확대한다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배당을 통한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보다는 사내유보를 함으로써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를 배당확대 대신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2017년 기준 남양유업의 현금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은 17.02%로, 국내 상장사 평균 33.81%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의문을 품은 목소리가 많은 모양새다.
우선, 남양유업이 기업가치 상승보다 오너일가 챙기기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등기임원 명단에는 홍원식 회장과 그의 장남 홍진석 상무, 홍 회장의 노모인 지송죽 고문(90세) 등 오너일가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또한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씨도 외식사업부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남양유업 등기이사의 보수총액은 27억8502만 원, 1인당 평균보수액은 2억7850만 원으로, 국민연금이 업계에 배당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한 2015년 대비 보수총액은 3.39% 감소했지만 1인당 평균보수액은 6.27% 증가했다. 홍 회장의 보수총액도 4.94% 늘었다.
반면, 2017년 남양유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5년보다 각각 3.9%, 74.76% 줄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5년 0.56%에서 2017년 0.53% 떨어졌다.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오너일가를 비롯한 등기임원들의 연봉은 늘리고,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꺼린 것이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게 아니라, 오히려 훼손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회장의 동생 회사 밀어주기 의혹도 상당하다. 공시를 살펴보면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동생인 홍우식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광고기획에 2015년 33억7200만 원, 2016년 26억5200만 원, 2017년 41억2000만 원 규모의 비용을 지출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지만, 오해를 살 만한 거래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거부한 또 하나의 명분인 재무구조 건전성도 떨어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40%에서 2016년 2.90%로 올랐으나 2017년 다시 0.10%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0%(3분기 누적 기준 0.6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부채비율 역시 2018년 3분기 기준 18.5%로, 전년 동기 대비 3.0%p 증가했고, 2015년과 비교해도 1.4%p 악화됐다.
한편, 국민연금은 2015년 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을 지정하고 3년 내 개선하지 않으면 이를 공개키로 했으며, 지난해 5월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를 중점관리기업으로 공시했다. 이어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배당확대 관련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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