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넘으려면 수도권 최고위원 필요˝
˝시대 변했다…소신표 받아 전대 승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하면서, 넥타이를 맨 사진은 좀 안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옛날 같으면 '지도부 갈아엎겠다' 이런 것도 못 썼겠죠. 한 번 만들어 주세요. 고생스러우시더라도 부탁드립니다."
자유한국당 조대원 경기고양시정 당협위원장은 바삐 통화중이었다. 본의아니게 엿듣게 된 바 최고위원 출마를 위한 홍보물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겸손한 태도에도 눈길이 갔지만, 그 내용이 흥미롭다. 여러 모로 최근 세간에 알려진 '한국당의 뻣뻣한 정치인' 이미지와 달랐다. 조 위원장의 속내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시사오늘>은 11일 경기 일산 사무실에서 조 위원장과 마주앉았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결심 배경이 있었나.
"이대로는 한국당에 희망이 없어서다. 내 경험에서 비롯된 걱정과 애정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의 대패를 보니, 공포심을 넘어 울화가 올라왔다. 우리 후보들이 하루 열두 시간 넘게 인사하고, 사죄하고, 욕을 먹고…이렇게 열심히 뛰는데도 차이가 크니 허탈하더라.
당장 내 지역구에서도 그렇다. 나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군대도 다녀왔고 위장전입도, 갑질도 한 적이 없다. 도덕적으로도, 능력으로도 고양의 다른 정치인들에게 밀릴 것이 없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이 내게 말한다. '조대원이 너는 맘에 든다, 맞는 말 하고, 깨끗하고. 하지만 니네 당 주류는 아니잖아. TV 나오는 사람들은 안 그렇잖아'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혹은 '민주당 안 좋아한다. 하지만 니네(한국당)가 더 밉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에서는 현실을 모른다. 딸 아이가 밖에서 들었다면서 하는 말이, '네 아빠 자유한국당이냐'고 하길래 맞다고 했더니 '한국당엔 정말 나쁜사람과 똑똑한데 용기없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는데, 너네 아빠는 어느 쪽이냐'고 묻더랬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현수막 정치였다. 내용은 이랬다. '남북정상회담 환영, 북핵폐기로 가자''문재인 취임 1주년 축하, 경제도 꼭 살려주세요''적폐청산 지지합니다, 고양시8년 적폐도 꼭 청산해주시길'이런 것들이었다. 이걸 본 시민들이 참 재치있다고 웃어줬다.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당 지도부에선 내게 해당행위니, 색깔이 이상하니 하면서 전화를 걸어 한바탕 비난했다. 심지어 나중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내가 한 현수막 정치가 민주당에 훨씬 아픈 지적임을 모른다. 남북정상회담에 대고 '위장평화쇼'라고 하던 시절이다.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이렇게 해선 다음에 정권교체는 말도 안 된다. 필패다. 손학규·유승민도 껴안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공감도 얻어내지 못하면서 무슨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인가.
그 때 우리 당을 바꾸기 위해 싸워서 기반을 닦든지, 접자는 각오를 했다. 그래서 사실 8개월 전부터 당대표를 출마해야 겠다고 준비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누구를 뽑고 세운다기 보다, 누구를 정계은퇴시키고 다시는 당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느냐는 과정이 될 것이다."
-원외인사에게 전당대회는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승산은 있나.
"물론이다. 시대가 변했다. 예전엔 돈도 없고 조직도 적은 원외에서 어떻게 전당대회 나가냐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당 당원들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
한 사람이 두 표인데, 최소 한 표는 후보들을 살핀 뒤 소신대로 투표한다. 그래서 내가 '2등표 모아 1등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한 번 상상해보라. 최고위원 4명이 모두 영남으로 채워져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도권 포기나 다름없다. '영남당'으로 갇히지 않으려면, 나 같은 수도권에서 정치하는 최고위원도 한 사람은 필요하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TK(대구경북)이 고향이다. 소위 한국당 '성골'인데도 수도권에서 정치하는 이유가 있나.
"고향을 위해 일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2005년에 뉴욕에서 석사만 마치고 귀국한 이유가 그래서였다. 정치에 뜻을 둔 지는 오래 됐고, 그간 공부하며 쌓은 것이 있으니 한 번 붙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조언하기를 'TK에서 정치하려면 줄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한 대구지역 유명 정치인의 측근을 소개해줬다. '토론이라도 해 보게 도와달라'는 내게 그 사람은 '막대기에 한나라당 깃발만 묶어서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 에서 당신에게 공천을 줘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하더라. TK 정치의 현실이다. 내가 나중에 최고위원이든, 당대표든 되면 반드시 TK정치권을 강도 높게 개혁할 생각이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언행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한국당에 대한 거부증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이다. 황교안 전 총리 아니라 누가 나가도 진다.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을 혼내고 싶어한다. 심판까진 아니더라도, 긴장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한국당 거부증 때문이다. 정부하는 모습이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니까 지지율이 10%정도 이동하긴 했지만, 이렇게 해서는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는 요원하다.
말과 행동부터 품격있고, 정의롭게 바꿔야 한다. 그게 '한국당 거부증' 치료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서서 징계 해야 할 사람들 다 징계하고, 그 다음에 여당, 다른 야당을 향해 주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천군의회 사태를 보자. 나는 문제 의원들 전부 제명시키고 당협위원장은 직무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다고 거기서 전부 민주당만 뽑히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올 초 민주당 고양시의원 음주운전 사고사건 때, 당장 그 시의원 제명하고 당협위원장·현직 장관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해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한다. 상식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해야 상대방에게 그런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다른 비전은 어떤 것이 있나.
"공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내가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협위원장이 된 뒤에, 지역구의 공천 시스템을 개혁했다. 시스템을 공정하게 정비해 두니 사람이 물갈이가 돼도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도 누가 될지 몰랐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 당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사당화(私黨化)를 막는다.
그리고 내부에서 끊임없이 자정이 이뤄지는 정당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바른 말을 해야 한다. 지금은 전부 눈치나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팔을 걷어붙였다. 대표에 황 전 총리가 유력하다고 하는데, 내가 최고위원 되면 황 전 총리 비판하고, 견제할거다. 어제 황 총리 앞에서 실제로 한 말이다. 국회의원도 4선 이상은 은퇴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당을 구하겠면서 지금까지 구하지 않고 뭐 했나. 국회의원 3선 금지법도 발의해야 한다. 세 번 했고 정말 잘하면 한 번 쉬고 와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나도 10년 내에 정치적 성과를 못 내면, 새로운 인물에게 끌려내려가기 전에 물러나 다른 역할을 찾을 예정이다.
그 외에도 아이디어는 많다. 차근 차근 보여드리겠다."
-정치적 좌우명이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정치인 한 명은 필요하다. 정말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 한다. 아는 진보정치인이, '나라를 생각하면 조대원 같은 사람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추켜줬다. 과분한 말이지만 그 칭찬대로의 사람이 되려 한다."
좌우명 :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