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국정원, 2008년 4∼7월 ‘박근혜’ 사찰”…MB레임덕 vs 이이제이 전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지난해 12월 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또다시 박 전 대표를 불법 사찰 논란으로 끌어들인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 논란이 민주당의 이이제이 전략으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조기 레임덕의 단초로 작용하게 될지 여의도 정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은 2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2008년 4∼7월까지 국정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면서 “이상도 팀장 지휘 아래 20여명의 활동한 이 조직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집사와 구청장을 지낸 사람을 찾아가 박 전 대표의 신상문제와 친인척, 그리고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 MBC 등의 (재산의혹을)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이창화 팀’ 뿐만 아니라 국정원 ‘이상도 팀’도 박 전 대표의 사찰을 전담했다고 주장, 향후 사찰 의혹을 넘어 사실 정황이 포착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이 의원과 야권은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박영준-이영호-이창화’로 이어지는 삼각동맹을 넘어 그 배후에 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국정원의 ‘박근혜 사찰’ 배후에 또다시 이 의원이 연루됐다는 단서가 나올 경우 구주류로 밀려난 친이계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민주당이 구주류와 신주류 간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분열 과정에 박 전 대표를 끌어들여 2차 분열을 노리는, 이이제이 전략을 쓰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 의원이 제기한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민간인 불법사찰, 예산국회 등 국회의 뜨거운 이슈가 가라앉은 시점에서 나왔다. ‘박근혜 사찰 논란’은 북풍(北風)에 맞설 민주당의 승부수였다는 얘기다.
이번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구 정권 인사들의 연루설,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파문 등 각종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박근혜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박근혜 사찰 논란을 고리로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을 노리기 위한 민주당의 이이제이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여야 권력지형의 키는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불법 사찰에 대해 입을 열까.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에 앞서 ‘C&그룹 임병석 회장과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병석이 누구예요”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에도 재차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안상수 전 대표 등 친이 주류가 구주류로 밀려난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민주당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자칫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과의 보이지 않은 연대 전선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 선대위원장→대선 후보→정권재창출’ 수순을 노리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진흙탕 싸움 전선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
‘박근혜 사찰 논란’의 시선이 다시 정보통인 이석현 의원 등에게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침묵행보가 꽃놀이패인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에 분열 미끼를 던지는 것이 꽃놀이패인 민주당은 내년 총대선까지 수비와 공격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진검승부가 이제부터 시작인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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