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필요 … 추가투표소, 순환투표제, 우편투표”
“복수국적, 해외동포청, FTA 등 … 조속히 이뤄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2009년 2월, 국회 재외국민관련 선거법 개정으로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다. 이로써 2012년 총선부터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은 1966~1972년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진 이후 40여년 만에 회복된 것이다. 이에 2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 클래식 500'에서 그동안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에 힘써왔던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남문기 회장(해외 한민족 대표자 협의회 공동의장)을 만나 참정권이 갖는 국가적 의미와 재외국민 관련 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참정권은 재외국민들에게도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의 권리를 부여하자는 법안입니다. 세계 750만 재외국민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고 국가 관념을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라가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 내년 4월부터 참정권 행사가 가능해집니다. 참정권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셨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은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제일 마지막으로 인정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참정권을 한국 사회가 준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 쟁취한 것입니다. 재외동포 단체들은 그동안 헌법소원과 참정권투쟁 궐기대회 등 참정권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2012년 총선부터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참정권의 실행방법에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 국회에서는 아직도 재외국민 투표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이 있기하고,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실질적인 참정권을 위해서는 아직 더 달려야 합니다.”
- 참정권이 투표율로 연결 될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지금으로서는 투표율이 5~10%밖에 안될듯 합니다. 투표를 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는 영사관이 10개 있는데, 총영사관에서만 투표하도록 돼있습니다. LA영사관의 경우 한국의 11배 되는 지역에 투표권자가 50만 명입니다. 근데 투표소는 1곳입니다. 투표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죠. 5마일, 길게는 10마일 떨어진 곳에서 누가 오겠습니까. 투표하려면 돈을 천불 이상 쓰고 와야 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또 투표를 위한 전담반 인력도 부족합니다. 홍보, 관리, 감시 등을 담당하는 전담반 인력확충과 사전 교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 이에 대한 대책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먼저, 등록을 쉽게 해야 합니다. 외국인 등록 할 때 투표권을 등록할 수 있게 하고 등록기간을 현 150일에서 180~210일로 늘려야 합니다. 마켓, 교회 등 아무 곳에서나 등록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투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인 종교단체의 시설을 대체소로 활용하고 1,000 명 이상이 되는 곳은 선관위가 다니면서 투표를 하게 하는 등 추가 투표소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 투표에 순환투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투표를 하는 6일 동안 지역의 투표일을 정해 각 지역을 돌면 됩니다.
그리고 우편투표도 한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선거부정을 이유로 우편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한인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도 우편투표를 하는데 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인들은 한국 정부에서 믿지 못해 우편투표를 못하게 합니다. 그게 정부의 차이입니다. 한국 정부는 너무 의심을 하고 격식을 따지고 너무 겁을 냅니다.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주요선진국 16개국 중 미국 영국 등 9개국이 우편투표만 실시하고 있고 부정방지 방법들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네덜란드, 싱가폴 등 인터넷투표를 실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 재외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 등이 없기 때문에 참정권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재외국민들이 세금을 안낸다고 해도 오히려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한국에 가져다줍니다. 또 한국 TV, 냉장고, 핸드폰 등 한국 물건들을 해외에서 꾸준히 소비하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외국민들을 더 신경 쓰고 챙겨야 합니다. 그들이 현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750만 동포 모두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한국에 손해가 갑니다.”
-향응사례 등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고 정당의 세력에 따라 유세 차이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있습니다.
“오늘날은 글로벌시대입니다. 세계화를 인정해야 합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오피니언리더들이 많고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향응 등의 부정을 하지 않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청군 백군, 영남 호남, 이북 남한 등 싸움 문화 속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정당 싸움은 싸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이 있는 여당과 그렇지 않은 야당이 뭉쳤다 헤어졌다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에 나쁜 쪽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시민권자가 되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복수국적문제로도 연결되는데요.
“복수국적은 조건 없이 인정돼야 합니다. 무비자와 FTA로 인해 미국이 한국화 되고 한국이 세계화 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참정권이 있어야 하고, 참정권의 마지막 꽃이 복수국적입니다. OECD국가 중 터키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복수국적을 인정합니다. 유대인의 경우 4중국적도 허용이 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복수국적 준다면서 아무도 못 쓰는 복수국적은 복수국적도 아니죠. 미국은 태어난 것 하나로 국적을 주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나라가 못 살아서 애기들 내보내 놓고 국적 달라고 하면 큰 나라 국적을 버리라고 하니, 그건 웃긴 얘기입니다. 미국 시민권자들이 미국 시민권을 자꾸 버리면 오히려 한국이 손해입니다.
1963년12월23일 독일 광부 500명 모집에 한국인 5만 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대학 재학생들이었습니다. 그렇게 500명이 독일로 가고 그 다음 간호원들이 시체 닦으러 갔습니다. 월남전에서 4000명의 젊은이가 죽었고 그 몸값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했습니다. 그 다음 중동 건설, 그 뒤 1975년 미국 이민. 이게 이민의 역사입니다. 이들이 나가서 한국을 살린 것입니다. 이들에게 당연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이민1세들이 죽기 전에 이민2세들에게 참정권과 복수국적을 주면 그들이 한국을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
- 그 외에 동포청 신설, 한미 FTA 등도 주장하고 계십니다.
“재외국민이 750만 명이고 국민소득 25%가 재외국민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750만이면 하나의 국가입니다. 내각의 한 부서로 해외 한인부를 신설하든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든, 해외동포청을 만들어서 재외 국민들을 한국의 실질적인 자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FTA도 빨리 체결돼야 합니다. 내가 볼 때는 오늘날 한국 외교의 80%가 재외동포들에 의해 이뤄지고 나머지 20%만이 외교부가 일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동포들이 장관을 만나고, 대통령을 만나고 하면서 외교력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를 많이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 1.5세가 외교를 합니다. 그런 만큼 미 정부와의 협상에 현지 인재들을 등용해야 합니다. 현지인 고용확대법을 실시해 주미대사 또한 현지의 인재를 등용 시키는 방안이 마련 돼야 미국 정치의 중심에 한인들이 대거 탄생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오바마가 흑인의 신분으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한국 대통령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 한국 체제를 섞어야 미국에 한국 대통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외국민들을 많이 이용하고, 그 사람들에게 한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