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설동훈 기자]
운동 부족과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업무환경으로 인해 치질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치질 환자는 6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질이라는 질환은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직립보행을 하고 이로 인해 하중이 허리와 항문 주변에 집중되며 항문 쪽이 바깥으로 빠지기 쉬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지요.”
서울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사람들에게 치질이 흔히 발생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치질은 당사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하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질환임에도 항문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신체 부위에 발병하는 탓에 병원 방문을 꺼리고 질환을 방치하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특히 치료를 위한 수술 후 통증과 부작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선뜻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주변을 보면 치질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부위에 발병하는 질환인데다 으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예가 많지요. 하지만 치질은 방치하게 될 경우 통증의 심화는 물론 증상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어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양 원장이 치질 환자들에게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치질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며 설령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과거 치질수술이 항문조직을 상당 부분 제거해 꽤나 아픈 수술로 알려졌지만 최근 절제를 최소화하는 술기가 도입돼 통증과 부작용이 크게 줄어 치료에 대한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치질을 진단받은 전체 환자의 70%는 보존요법과 약물치료로 호전되고, 나머지 30%만 수술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막연한 걱정으로 치료를 미루다간 회복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어 가급적 초기에 치료하는 게 좋습니다.”
치질은 넓게는 항문질환 전체, 좁게는 치핵을 의미하며 치핵과 치열, 치루를 3대 항문질환이라고 한다.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게 ‘치핵’, 항문 입구부터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진 질환이 ‘치열’,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것은 ‘치루’다. 이 중 치핵이 전체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치질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4도 내치핵, 감돈치핵, 중증 이상 혈전성 외치핵, 항문주위농양, 치루, 만성치열 등입니다. 치핵은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1~4도로 나뉘는데 1·2도의 경우 소염제, 변 완하제, 스테로이드연고, 식이요법 등으로 증상의 개선이 가능합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치질수술은 빠져나온 항문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의 표준 치료법인 결찰절제술은 빠져나온 치핵 조직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보고 치핵과 주변 피부를 함께 절제한 뒤 봉합했다. 술기가 쉽고 수술시간이 짧은 반면 광범위한 절제로 인해 수술 후 통증과 출혈이 매우 심하고 항문이 좁아지는 항문협착 등 부작용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일부 환자들이 치질수술 후 고통을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핵 조직을 정상조직으로 보는 게 의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져 수술시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술기법이 바뀌고 있다. 일례로 ‘거상고정식 점막하 치핵절제술’은 항문피부를 2~3㎜만 좁게 절개한 뒤 치핵조직을 상피를 남기고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남은 조직을 항문 위쪽 방향으로 거상시켜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기존 수술과 달리 항문쿠션조직·점막·상피 등을 가능한 적게 절제, 항문협착이나 통증, 출혈이 적고 빠르면 수술 후 1~2일 안에 퇴원이 가능하다.
또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 항문으로부터 4㎝ 위에서 치핵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점막조직만 잘라주는 방법도 통증이 적어 환자들이 선호하는데 항문이 밖으로 많이 빠지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치질은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합니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수술 부위가 덧나거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수술 후 1~2일이 지나면 배변이 가능한데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배변에 도움이 됩니다. 처음 배변을 처리할 때 휴지에 약간의 피가 묻을 수 있지만 출혈량이 많을 경우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양 원장은 수술 후 생활습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변 후에는 비데 또는 샤워기로 항문 주변을 깨끗이 씻고 건조시키는 등 생활습관에 주의해야 부작용의 발생 또는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의 경우 온수 좌욕을 권했으나 최근에는 온수 좌욕이 항문의 울혈과 부종을 유발할 수 있어 권하지 않으며, 온수 좌욕을 할 경우에도 2~3분으로 짧게 하도록 하고 있다. 설사가 나오면 수술 부위가 감염될 수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치질 등 항문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배변은 가급적 3분 이내로 마치고,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사무직군이나 운전을 오래하는 사람은 수시로 항문을 조여 주는 케겔운동을 실시해주는 게 좋다”고 설명하는 양 원장은 “술·담배를 줄이고 하루에 8컵 이상 물을 마시면 항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