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나경원은 성공, 차명진은 실패…미묘한 ‘막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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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나경원은 성공, 차명진은 실패…미묘한 ‘막말’의 세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22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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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감대 차이…나경원은 ‘반 문재인’ 유권자, 차명진은 ‘강경 보수’가 타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잇따라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지지율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시사오늘 김유종
자유한국당이 잇따라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지지율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시사오늘 김유종

4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은 붉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STOP’을 외치며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기 때문인데요. 한국당 추산 2만여 명의 보수 지지자들이 토요일 앞 광화문에 모여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죠.

그런데 이 자리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발언이 나왔습니다. 바로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지칭한 건데요. 3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외신을 인용,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던 것을 황 대표가 반복한 겁니다.

황 대표는 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재차 꺼내들었을까요. 이유는 단순하겠죠. 효과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가 논란의 발언을 한 직후, <리얼미터>가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수행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1.9%였습니다. 전주(31.7%)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무엇보다 해당 발언 이후, 나 원내대표는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자신은 보수 진영의 스타로 떠오르고, 그럼에도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소폭이나마 상승했으니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성공적이었던 셈이죠.

반면 역효과를 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기 전, 한국당에서는 이른바 ‘5·18 망언’이 나왔습니다. 이종명 의원이 5·18을 폭동으로, 김순례 최고위원이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건데요. 지지층을 결집하고 자신들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는 점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와 달리, 5·18 망언 당사자들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당 밖은 물론, 당내에서도 “어리석은 행동이나 소모적인 정치쟁점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서청원 의원)”거나 “이번 발언은 한국당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억지주장(김무성 의원)”이라는 등의 질책이 쏟아졌죠.

중도보수층의 여론도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5·18 망언 직후 <리얼미터>가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28.9%)보다 3.2%포인트나 하락한 25.7%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꾸준한 상승세로 30% 돌파를 바라보던 당 지지율이 한순간에 주저앉은 거죠.

세월호 관련 망언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얼미터>가 4월 15일부터 19일까지 시행해 22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 당일인 16일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35.4% vs. 34.6%)까지 좁혔던 한국당은 망언 다음날인 17일 다시 한 번 지지율 폭락(40.3% vs. 29.5%)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황 대표 역시 망언 당사자들인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에 대해 “당 윤리위에서 응분의 조치를 해 달라”며 즉각 대응에 나선 배경이죠.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되고 차 전 의원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치권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한 지역일간지 정치부장은 22일 <시사오늘>과 만나 나 원내대표와 차 전 의원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김정은 수석대변인’ 같은 표현은 강도는 좀 셌을지 몰라도 지지 정당이나 이념, 현 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반분(半分)될 수 있는 주제다. 문재인 정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40~50%라고 보면, 이 사람들이 타깃이기 때문에 한국당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5·18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건 국민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다. 여기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냈을 때, 여기 공감하는 사람은 강성 보수층밖에 없다. 대선과 지선을 거치면서 강성 보수는 20~30% 사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나. 5·18이나 세월호 참사를 갖고 ‘막말’을 하면, 공감할 사람은 최대 30%밖에 안 된다. 지금 한국당 지지율이 30% 정도니까, 저런 메시지를 내면 당연히 지지율이 떨어져 나가는 거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40~50%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못해도 본전’이고, 차 전 의원의 발언은 30%가 타깃이므로 ‘잘 해야 본전’이라는 뜻입니다. 나 원내대표와 차 전 의원의 차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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