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교환 통해 오너 3세 지주사 지분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CJ그룹이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와 유통 사업으로 분할하면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IT부문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활발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통해 3세 경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을 분할하고 이중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분할은 인적분할로 진행되며 분할비율은 IT사업부문 45%, 올리브영 부문 55%다.
IT부문은 CJ주식회사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5444487이며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주가 아닌 자사주를 배분한다.
CJ는 기업 분리 후 IT 사업 부문은 미래지향 디지털 신사업 추진체로 육성하고, 올리브영은 H&B 1등 지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과 온라인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회사 측은 양 사업 부문이 전문화된 사업영역에서 역량을 집중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IT사업부문(가칭 CJ The Next) 신사업은 △그룹 IT서비스 클라우드화 및 유망 스타트업 투자 등을 추진하는 디지털이노베이션(Digital Innovation)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타깃 광고(Ad Tech)’ 등을 맡는 디지털마케팅(Digital Marketing) △몰입형 콘텐츠 기술(VR, AR, 실시간 CG 등 신기술) 관련 선제적 투자 및 연구개발을 진행할 디지털체험(Digital Experience)등 3대축으로 개편된다.
올리브영 역시 지난 20년간의 투자를 통한 유통 신시장 개척 및 중소 제조업체와의 협력 체계구축 등 독보적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온라인 확장을 추진한다. 외자 유치나 기업공개(IPO)도 필요하면 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CJ의 이번 계열사 분할이 신사업 육성 목적도 있지만 본격적인 승계 작업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기업분할 및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지주사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CJ 지분 약 80만주를 확보, 2.8%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는 CJ 지분 30만8000여주(1.1%)를 확보하면서 기존 보유하고 있던 0.13%와 합쳐 CJ 지분이 1.2%로 늘어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그룹 경영권 승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져 왔다. 이 부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율 17.97%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기 때문이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은 CJ 55.01%, 이 부장 17.97%,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가 6.91%를 가지고 있다. 이번 인적분할 후 자회사 편입을 통해 이 부장과 이 상무는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내주면서 CJ 주식을 주식교환 비율만큼 받아올 수 있게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작업은 경영 승계 포석에 더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오너 일가의 높은 지분율과 내부거래 등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으로 지적해왔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율은 지난 2016년 19.7%, 2017년 19.5%, 지난해 17.8%였다. 이번 기업분할로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높은 IT부문이 CJ 자회사로 편입되면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의 주요 목적은 CJ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공정거래위원장이 언급한 오너일가의 물류, 광고, SI, 부동산 개발 등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에 대한 조치, 사업 부문의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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