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우건설 매각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오는 하반기 매각 작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거듭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잠정) 매출 2조309억 원, 영업이익 98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4%, 영업이익은 45.9%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5.7% 줄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실적이다. 당초 대우건설의 올해 1분기 업계 추정 영업이익은 1250억 원(신한금융투자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건설 측은 "매출 비중이 높은 주택건축사업 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돼 1분기 전체 매출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이라며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2132억 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이 같은 설명에도 실적이 기대 이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건설의 영업이익률은 4.9%로,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5%대가 붕괴됐다. 또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높은 311.7%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차입금도 34.57% 증가했다.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동시에 약화된 것이다.
직전 분기에 이어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35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600억 원)를 크게 밑돈 바 있다. 이 여파로 지난 1월 금융권은 일제히 대우건설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고, 실적 발표 전 6100원대에 머물렀던 대우건설의 주가는 이후 급락, 지난 3월 47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 하방 리스크가 점점 커지면서 매각 작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지난달 30일 대우건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8% 줄어든 504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합병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지난해 2월보다 낮은 시세다. 또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분기에도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52%, 21.9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은 대우건설을 제값에, 빨리 팔고 싶은 산업은행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남북한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대우건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며 "매각에 실패했던 가격의 최소 2배 이상은 받아낼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미관계가 불투명한 데다, 대우건설의 실적부진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에 연내 매각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등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 곳곳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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