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의 투쟁력과 JP의 정치력을 함께 갖춘 정치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보수 정치권의 잔다르크다. 나경원의 이미지는 금수저 공주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원내대표가 된 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독설은 홍준표 전 대표 버금가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기가 막힌 조어(助語) 능력은 유시민 이사장과 맞설 정도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펼쳐진 한국당 해산에 대해서 북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의 주장에 보수 지지층은 열광했지만, 중도 표심도 이에 동조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도는 좌우 양극단으로 치우친 정치권 대신 ‘통합’을 원한다.
만약 나경원 원내대표가 북한 배후설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중도 표심이 어디로 향했을지 매우 궁금하다.
#1 나경원, 극우의 길을 걷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에 대해 5일 오전 8시 현재 178만 명이 동조하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달 22일 “의원들의 국민에 대한 막말도 도를 넘치고 있으며 대한민국 의원인지 일본의 의원인지 모를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정부가 그간 자유한국당의 잘못된 것을 철저히 조사 기록해 정당해산 청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한국당 해산’ 청와대 국민청원을 겨냥해 “북한 하라는 대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있는 것 같다”며 북한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당 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여론이 급확산되자 북한 배후설을 제기하며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제1야당 최고위층 인사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뜬금없는 북한 배후설을 제기한 것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해질 때마다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막말 논란’으로 역풍을 자초하곤 했다. 5·18 관련 발언 파문, 오세훈의 ‘노회찬 자살’ 파문 등이 대표적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3월 14일 국가보훈처가 추진한 기존 독립 유공 서훈자의 공적 전수조사 사안에 대해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민을 분열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잘 해달라”고 밝혀 논란을 초래했다.
#2 나경원, 언어의 마술사 JP를 떠올리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정치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법조인 출신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다.
18대부터 연거푸 서울 중구와 동작구을 선거구에서 당선돼 4선 중진이 된 나경원은 꽃길만 걷는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물론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완패하는 역경을 겪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정치권의 여성 대표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뭔가 2%가 부족했다.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강력한 투쟁력이 필요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맞서기 위해선 ‘나경원’만의 투쟁력을 발휘할 때라고 판단했다.
YS가 反유신과 5공 등 군부독재정부와 목숨을 걸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1987년 민주화를 쟁취했던 투쟁력이 필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전은요?” “나쁜 대통령”과 같은 특유의 절제된 언어 사용으로 정국을 반전시켰던 정치력도 필요했다.
이때 또 한 명의 정치 거인이 떠올랐다. 서울대와 육사를 졸업하고, 군인과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함께 걸었던 영원한 2인자 김종필, 그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정부 등 산업화와 민주화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자 시대를 창조한 책사였다.
특히 군부정권에 의해 끊임없이 투옥과 사형선고 등으로 자신과 대척점에 섰던 DJ와의 연합을 통해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성공시켰던 고도의 정치력이 나경원에게는 필요했다. JP는 자신의 지지층을 넘어 반대편까지 협상테이블에 앉혀 자신의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었던 인물이 아니던가?
또 YS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자민련을 창당해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DJ와의 이별 후에도 2004년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남다른 투쟁력을 보여줬던 정치인이다.
엘리트와 투쟁가라는 양극단의 정치를 보여줬던 김종필, 나경원은 그를 생각했다. JP가 대통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펼쳤던 통합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보수의 잔다르크와 JP의 지혜를 갖추기 위해선 내 편의 지지만을 생각하는 ‘북한 배후설’과 같은 언어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빗대 ‘조조라인’과 같은 탁월한 조어능력이 있지 않은가? 양극단에 치우친 증오의 정치를 끝낼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합리적 추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북한 배후설’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상상황을 펼쳐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증오의 정치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북한배후설과 같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잔다르크의 투쟁력과 JP의 정치력을 함께 갖춘 정치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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