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전선은 정치·사회 개혁에 따른 탈권위주의화
신자유주의 전선은 경제 개혁에 따른 시장개방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노무현의 시대가 오겠어요?”
“아, 오지요. 100% 오지요. 그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죠.”
“근데, 그런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거 같아요.”
제16대 대통령 선거기간이던 2002년 7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대표집행위원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앞둔 2019년, 이 일화를 다시 한 번 주목해보려 한다.
2019년, 그의 시대는 왔는가.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손호철 교수는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두 개의 개혁, 두 개의 전선’으로 평가했다.
손 교수의 저서 〈현대 한국정치 이론, 역사, 현실〉에 따르면, ‘두 개의 개혁’ 중 하나는 민주개혁으로 억압적 정치체제의 해체에 따른 탈권위주의화,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국가주도형 경제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두 개의 전선’이란 민주주의 전선과 신자유주의 전선을 뜻한다.
◇국가보안법
“증인, 피의자가 국보법에 해당하는지 안하는지 누가 어떻게 판단합니까?”
“공안형사만 13년째입니다. 눈깔 돌리는 것만 봐도 국보법 사건인지 아닌지 알지, 그걸 모릅니까?”
“그래요? 그라믄 말입니다. 무함마드 알리하고 조지 포먼이 권투시합을 하는데 나는 무함마드 알리를 응원했어요. 이거 국보법 위반입니까 아닙니까? 증인이 우기는 국보법 대로라면 김일성이 알리를 응원했다고 증인이 우기면 나도 국보법상 이적행위로 잡혀 들어가요?”
- 영화 〈변호인〉 中
노 전 대통령은 ‘박물관에 보내야 할 유물’로 국가보안법(국보법)을 들며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2005년 당시 한나라당과 일부 열린우리당의 반대와 국보법 조문 중 찬양고무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한정 합헌 결정을 해 국보법 폐지는 무산됐다. 2019년인 지금까지도 국보법은 폐지되지 못한 상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10번째로 제정한 국보법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사법으로 구속된 사람 수는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
“식민지, 독재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
지난 21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2007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다. 임기 내내 언론과 대척했던 그의 식민지와 독재정치를 거친 보수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SBS 대담에서 “권력이 강한 사람들(대통령-언론)끼리 결탁 시 피해보는 건 국민”이라며 “대통령께서 언론과 긴장관계를 가진 것도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세계언론자유지수(RSF)를 연평균 내보면 180개국 중 노무현 정부는 40위였다. 하지만 10년간의 보수 정권을 거치며 이명박 정부 50위에서 박근혜 정부는 63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42위로 회복했다.
◇경제성장률이 아닌 사회양극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요”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4대 개혁입법(국보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의 저항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겠느냐”며 경제 살리기에 몰두했다.
경제성장률 연평균은 노무현 정부 때가 가장 높고,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는지’를 보려면 경제성장률이 아닌 사회양극화 수준(GINI 계수)을 봐야한다.
손 교수가 민중운동가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전선의 개혁을 ‘개악’이라 부르듯, 참여정부는 IMF 이후 정리해고를 합법화하고, 노동을 유연화하고, 시장개방 및 정부규제를 완화하면서 신자유주의로 들어서는 데 일조했다.
사회양극화는 확연히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촛불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사회양극화는 더 심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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